“알파고, 학습 못한 이세돌 신수에도 완벽 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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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이목이 이번 대국에 쏠린 것은 알파고를 통해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의 진화 속도를 가늠해볼 수 있어서다. IT 전문가들은 AI 발전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이뤄지고 있다는 데 놀랐다.

IT 전문가들이 본 대국
자기학습·응용력 대단한 발전
인간 직관 흉내 내는 경지 달해

포스텍 컴퓨터공학과 최승진 교수는 “바둑은 경우의 수가 무한대라 난제로 여겨졌는데, 이번 대국은 한계를 뛰어넘은 기념비적인 일”이라며 “다른 분야에서 AI 활용이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초 전문가들은 알파고가 실험할 때는 맞고 실제에선 잘 맞지 않는 과적합(overfitting) 문제를 극복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예컨대 비슷한 바둑 실력의 사람들끼리는 아무리 대국을 해도 기력이 잘 오르질 않는다. 알파고는 그간 이세돌 9단보다 낮은 기력의 사람·컴퓨터와 대국을 치러왔다. 하지만 기우였다.

김현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지식마이닝연구실장은 “지금까지의 AI는 학습하지 않은 케이스에 대처를 잘 못했다”며 “그러나 알파고가 이세돌의 신수(新手)에 대응하는 것을 보면 자기 학습 및 응용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국 중·후반에 실착을 하기도 했지만 알파고는 AI답게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경희대 경영학부 이경전 교수는 “‘정책망’과 ‘가치망’을 동시에 가동해 가장 높은 승률을 가진 위치에 돌을 놓는 것”이라며 “데이터에 기반한 학습과 추론으로 인간의 직관을 흉내 냈다”고 평가했다.

알파고의 승리는 앞으로 AI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문상 책임연구원은 “한국에서 판을 마련한 만큼 이번 대국을 한국의 AI산업 발전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해용·최은경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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