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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과 창업] “유망 스타트업에 10억 지원”…테헤란로 ‘테크시티’로 오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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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초기 자본 확보가 제일 어려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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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스타운에 입주한 창업가들. 왼쪽부터 김동욱 위브랩 대표, 정진욱 시어스랩 대표, 아이알엠 최승욱 대표, 이오플로우 이경준 전무, 룩시드 랩스 채용욱 대표, 이오플로우 김재진 대표, 민코넷 김태우 대표, 푸른밤 김진용 대표, 아이엠티코리아 김종욱 대표. [사진 김현동 기자]

 EBI(Eye-Brain Interface) 웨어러블 헤드셋을 만드는 스타트업 ‘룩시드 랩스’ 채용욱(34) 대표의 얘기다. EBI는 눈의 움직임과 뇌파 정보로 개인의 인지 상태를 분석하는 기술이다. 사지마비 환자와 보호자 간 소통을 돕는 보조 도구로 활용된다.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지만 채 대표는 창업 초기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스타트업 입장에선 개발이후 금형을 따고, 시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등 많은 자금이 필수”라며 “돈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했다.

팁스타운·구글캠퍼스·마루180 등
4곳에만 100여 개 벤처 입주

  그는 엔젤 투자사인 퓨처플레이의 문을 두드렸다. 기술력을 알아본 투자사는 1억원을 투자한데 이어 정부의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와 연결해 5억원의 추가 지원금을 이끌어냈다. 룩시드 랩스는 이제 세계 최초로 500달러 선의 저가 보급형 헤드셋 출시를 앞두고 있다.

 룩시드 랩스 같은 스타트업의 숨은 진주들이 강남으로 몰리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강남엔 이들의 아이템만 보고도 거액을 베팅할 수 있는 엔젤투자사와 벤처캐피털(VC)이 즐비하다. 이들의 투자 방식은 오디션 프로그램과 같다.

   정부 주도 ‘팁스 프로그램’을 예로 들어보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장병규 네오위즈 대표 등이 주도하는 엔젤 투자사와 VC·기술대기업 등 공개 경쟁 입찰 방식을 통해 선정된 21개 운영사가 있다. 이들은 기획사 역할을 한다. 오디션에 지원한 참가자(기술 창업팀)의 기술과 아이템을 1차 평가한다. 기획사가 옥석을 가려 본선에 추천하면 결선 투표(정부)를 거쳐 본선 통과(유망 스타트업)가 확정되는 방식이다. 이를 통과하면 상금(연구개발 자금)은 물론 트레이닝(보육·멘토링)도 받을 수 있다. 본격적으로 합숙(팁스타운)에 들어가면 최장 3년간 최소 1억원을 운영사로부터 지원받는다. 여기에 팁스의 R&D투자자금 5억원, 창업자금 1억원, 엔젤 투자자 매칭 펀드 2억원, 해외마케팅 비용 1억원 등 팀당 최대 1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성공적 데뷔도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오디션을 통과한 창업팀 133개 중 34개 회사가 지난 1월 기준 총 1114억원의 추가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키즈노트’와 ‘엔트리코리아’는 각각 카카오와 네이버가 수십억원을 들여 인수합병했다. 올핸 상금(투자금) 규모가 더 커진다. 주영섭 중소기업청장은 “강남 일대를 기술집약적 창업 활성화가 가능한 ‘아시아 벤처창업 메카’로 만들겠다”며 “팁스 창업팀 지원 예산을 지난해보다 두 배 늘어난 470억원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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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엔 스타트업이 저렴한 비용이나 무료로 입주할 수 있는 민·관 주도의 창업보육센터도 많다. 지난해 7월 지하철 2호선 역삼역 인근에 1만㎡(3만여 평) 규모로 조성된 팁스타운(TIPS TOWN)을 필두로 선릉역 인근에 있는 ‘D.Camp’와 삼성역 근처 ‘구글 캠퍼스’, 그리고 팁스타운 맞은편에 있는 ‘마루180’과 같은 창업 인큐베이터가 집중돼 있다.

   최초의 민간 종합 인큐베이팅 센터인 마루180은 스타트업에 대한 교육과 투자를 진행한다. 심사를 통해 입주 기업에 선정되면 10만 달러 상당의 구글 클라우드 서비스와 홍보 이벤트 개최 비용 지원(500만원 상당) 및 해외 출장 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구글 캠퍼스의 장점은 해외 프로그램과의 연계성이다. 입주 스타트업이 해외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지원할 수 있도록 추천해준다. 또 ‘구글 창업가 지원팀 익스체인지 프로그램’을 통해 전세계 스타트업과 교류하는 자리도 마련하고 있다.

 이 4곳의 인큐베이터에 입주한 100여 곳을 비롯 강남 지역에만 4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둥지를 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 강남 테헤란로를 중심으로 불었던 벤처 붐이 재조성되고 있는 모양새다.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이 일대는 ‘강남테크시티’란 별칭으로 불린다.

  창업진흥원 팁스 글로벌사업부의 이재훈 부장은 “2010년 영국 런던에 만들어진 테크시티나 중국 중관춘에 비유될 정도”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강남테크시티는 가산디지털단지와 판교테크노밸리를 연결하는 중심축”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는 기술력을 갖춘 예비 창업가들이 모여들면서 벤처 생태계가 조성되고 있다”고 했다.

 소셜Q&A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위브랩의 김동욱(39) 대표는 “(강남테크시티에선)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니 자연스럽게 투자나 지원사업과 관련한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며 “잘되는 회사를 보며 자극을 받고, 비즈니스적인 부분에서 서로 도움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 우수한 인력들이 강남테크시티로 몰리고 있다. 팁스 창업자 416명을 조사한 결과 48%(201명)가 석·박사 출신이다. 직장 별로는 삼성·LG·네이버·애플·구글 등 글로벌 대기업 출신이 31%인 것으로 조사됐다.

글=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사진=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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