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경제 용어] 강시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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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틴틴 여러분. 혹시 ‘강시’란 말 들어봤나요. 죽었는데도 두 손을 앞으로 들고 통통 뛰어다니며 사람을 공격하는 중국 귀신입니다. 홍콩 공포 영화에 종종 등장하지요. 서양권의 좀비와 비슷합니다.

죽었는데도 움직이는 강시처럼
은행 돈 빌려 근근이 사업 유지

최근 중국에서 ‘강시 기업’이란 말이 자주 쓰입니다. 강시처럼 이미 죽었는데, 버젓이 활동 중인 기업을 뜻하지요. 단순히 몇사람이 쓰는 말이 아닙니다. 중국 경제를 이끄는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최근 전국인민대표대회(이하 전인대)에서 기업 구조조정에 대한 의지를 밝히면서 “적극적이고 확실하게 강시 기업을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할 정도랍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 정부가 부채를 갚지 못하고 정부에 의존해 살아가는 기업들로 인해 상처 투성이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정상적으로 돈을 벌고 직원들을 고용하는 기업이라면 많을수록 좋겠지요. 하지만 이런 강시 기업은 주로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다 생존하고 있습니다. 강시 기업이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중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기업들이 만드는 제품이 전처럼 팔리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재고가 쌓이다 보니 제품 값은 계속 떨어지게 됩니다. ’공급 과잉‘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거지요.

강시 기업들의 부채 규모를 살펴볼까요.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맥킨지는 최근 “중국 기업의 부채는 14조5000억 달러(약 1경8000조원)에 육박한다”고 추정한 바 있습니다. 14조5000억 달러면 2010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과 맞먹는 규모이면서 지난해 중국 GDP(11조2119억 달러)보다도 3조 달러 이상 많습니다. 정말 어마어마하지요.

참고로 중국 기업과 정부, 가계의 빚을 모두 합한 총부채는 31조9000억 달러(2015년 기준)입니다. 사정이 이러니 강시 기업들로 인한 금융권의 연쇄부실 우려도 계속 커집니다. 거액을 꿔간 기업이 망해 버리면 은행도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같이 망할 위기에 놓이는 거지요.

중국 정부가 일단 강시 기업 정리 의지를 밝힌 상태이지만,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입니다. 당장 블룸버그 인텔리전스가 “이번 전인대는 단기 경기 부양에 초점이 맞춰졌고, 부채 축소는 장기 목표로 제시된 상태”라며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태로 남을 경우 구조적 문제는 더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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