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새집 배정은 혁명투사·애국열사·과학자·광부 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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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집권 이후 고층주택 거리 조성 등을 추진하고 있다. 평양에 고층주택이 들어설 경우 주택 배정 원칙은 혁명투사·혁명열사·애국열사 다음에 과학자·기술자·공로자·광부·기관사의 순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김정은, 체제과시용 고층주택 조성
“실제론 원래 살던 고위층 주로 입주
후순위 일반 주민은 뇌물 줘야 가능”

통일부 의뢰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정일영 선임연구원이 작성한 ‘김정은 시대의 국토건설전략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평양 고층주택에는 이전에 살던 고위층의 입주가 많고 후순위 주민들은 뇌물 등을 통해 입주가 가능할 뿐 일반 주민들이 새롭게 조성된 주택에 들어가는 건 어렵다”고 한다.

정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6월부터 6개월간 탈북자 10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2010~2015년 북한의 신년사와 노동신문·조선중앙연감·조선건축 등 북한 자료를 살피며 실상을 파악했다. 김정은은 집권 이후 평양을 중심으로 고층주택 거리 조성사업과 도시 공원화 사업을 중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2012년 창전거리 ▶2013년 은하과학자거리 ▶2014년 위성과학자주택지구 ▶지난해 10월 미래과학자거리를 완공하는 등 매년 2~3건의 고층주택 거리를 조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정은은 2012년 5월 “평양시 불장식을 더욱 완성하여 평양시 야경을 강성국가 수도답게 황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하지만 보고서에 등장하는 탈북자 A씨는 “현실에서는 전력난으로 조명시설이 작동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보고서는 “현재와 같은 도시건설사업은 평양과 지방 간 격차를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마식령스키장 등 유희오락시설이 크게 늘고 있지만 이 역시 일부 집권층에게만 혜택이 돌아가 사회적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실제 김정은 집권 이후 유희오락시설 현지지도 횟수가 2012년 13건, 2013년 25건으로 김정일 집권 때(2010년 1건, 2011년 3건)보다 크게 늘었다. 하지만 보고서에서 탈북자 B씨는 “북한 노동신문에 나오는 스키 타는 아이들 모습은 대부분 선전용”이라고 증언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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