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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신성식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다른 조직 줄여서라도 ‘저출산 별동대’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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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신성식 기자 중앙일보 복지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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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위원장 박근혜 대통령) 민간위원 합동워크숍이 열렸다. 본 위원회, 정책운영위원회, 4개 분과위원회 소속 민간위원 90여 명 중 6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해 12월 초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년) 확정 이후 처음 열렸다. 계획을 어떻게 실행하고 점검·평가할지 실시설계도를 짜는 자리였다. 어찌 보면 계획 수립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두 달 반 만에 열린 ‘지각 회의’인 데다 내용도 미흡해 실망감을 표하는 민간위원이 여럿이었다.

3차 계획의 과제는 170가지. 전 부처에 걸쳐 있다. 그러나 이날 장차관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마저 그랬다. 정진엽 장관은 의료정보시스템 수출과 관련해 중동 출장 중이었고, 방문규 차관은 장관을 대신해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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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정책실장은 인사말을 마치고 다른 일정 때문에 자리를 떴고, 부임한 지 열흘 지난 인구아동정책관(국장)이 진행했다. 한 민간위원은 “이 정부는 3차 계획 만든 것에 만족하는 것 같아요. 주요 부처 장차관이나 국·과장, 민간위원이 머리를 맞대도 될까 말까 한데…”라며 “회의 기록을 남기려는 통과의례 같았다”고 성토했다.

3차 계획을 제대로 집행하려면 몇 달 만에 한 번 회의를 열어서는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다. 자기 일이 바쁜 민간위원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할까. 대안은 전담 조직이다. 기존 조직을 줄여서라도 저출산·고령화 전담 별동대(사무국)를 둬야 한다. 분과위원회별 추진 상황을 전담 마크해 점검과 보완을 반복해야 한다. 그러면 인구정책 전문가도 키울 수 있다. 복지부 공무원 몇 명이 ‘원맨쇼’ 하듯 일을 도맡고, 그나마 자주 바뀌는 지금 방식으로는 턱도 없다.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을 참고할 만하다. 사무국장과 과장 3명을 비롯해 기획재정부·복지부·행자부 등의 공무원 24명이 근무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중복복지 걸러내기, 사회보장 기본 틀 마련 등에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이 ‘1억총활약상’이라는 인구장관을 신설하고 총리실 산하 사무국이 실무를 맡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금도 ‘인구 시계’는 재앙 쪽으로 재깍재깍 움직인다. 전 부처를 독려해 3차 계획의 미흡한 점을 보완하고, 기업의 협조를 구하고, 국민 인식을 바꾸고 이런 게 오케스트라처럼 조화를 이루려면 누군가 365일 총대를 메야 한다.

신성식 논설위원 겸 복지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