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칼럼] 왜 항공우주산업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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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제 많은 사람이 21세기를 풀어가는 하나의 코드로 '지식'을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지식사회' '지적재산'이란 용어는 이제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 산업화를 이끌었다면 컴퓨터의 출현은 정보화 사회를 가져다주었다. 이처럼 본래의 개발 또는 발명의 용도와 다른 곳에서 보다 많은 발전을 이룬 예는 많다.

고도의 기술력과 높은 신뢰성을 요구하는 우주기술이 그 좋은 본보기다. 작게는 선글라스와 신발에서 의료장비 등 다소 복합적인 기기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며 그 건수가 무려 3만가지 이상이다.

오랜 우주개발 역사만큼이나 높은 기술 축적을 보이는 미항공우주국은 위성체와 우주왕복선 선체의 보호를 위해 특수 섬유소재를 개발했다.

이후 이를 주택의 단열재 또는 응급 구난용 담요, 그리고 소방용품으로 기술을 상업화해 우리 실생활에 널리 이용하고 있다. 우리가 편의점에서 흔히 보는 바코드 역시 우주기술의 산물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항공우주기술이 이처럼 실생활 여러 분야에 널리 활용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갖는 특성에서 기인한다. 그 기술은 과학의 제반 분야는 물론 의학지식까지도 필요로 하는 종합시스템적인 성격을 가진다.

따라서 항공우주산업은 연구개발(R&D)을 통해 창출된 지식을 효율적으로 관리.공유.활용하는 지(知)메커니즘이 어느 산업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지식산업이다. 과학지식의 총체적 산업으로 21세기 지식기반사회를 선도할 견인차 역할을 할 항공우주산업의 육성이 시급하다.

채연석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