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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찰음 큰‘무상 3종’ 성남 vs 조용한 실속 복지 남양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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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성남시의 요란한 무상복지 3종 세트’ VS ‘남양주시의 조용하고 내실 있는 사회안전망식 복지’.

말 많은 성남 168억 무상복지
이재명 시장, 대대적 홍보 속 강행
60억 들어간 남양주 '희망케어'
정부와 협의하고 시민 참여 이끌어

경기도 산하 두 지방자치단체의 복지행정 추진 방식이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한강을 사이에 두고 경기 남부와 북부에 있는 두 지자체의 복지행정 모델을 비교해 보면 전국의 다른 지자체에 적잖은 시사점을 주고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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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의 인구는 96만 명, 남양주시는 66만 명이다. 올해 복지예산 규모는 성남시가 일반회계(1조5371억원)의 36.2%인 5564억원, 남양주시는 일반회계(8418억원)의 43.7%인 3677억원이다.

궁극적으로 복지정책의 혜택은 지역 주민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두 지자체는 행정 추진 절차와 방법에서 큰 차이를 보이면서 평가가 엇갈린다. 성남시는 중앙 정부 및 광역 자치단체와 끝없이 갈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반면 남양주시는 정책 입안단계에서 실행 과정까지 중앙정부와 시민의 참여 속에 조화롭게 이뤄진다는 점이 큰 차이다.

성남시는 지난해 처음 제시한 무상복지 3종세트(청년배당·무상공공 산후조리원·무상교복)를 올해부터 168억원을 투입해 본격 추진하면서 전국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성남형 무상복지 3종세트 추진에 반대하는 정부의 목소리를 일축했다. 보건복지부의 불수용 입장, 위법이라는 법제처의 유권해석(사회보장기본법 26조2항 위반)을 모두 묵살하고 정책을 강행했다. 상급기관인 경기도의 재의요구와 대법원 제소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방자치권을 훼손했다”고 주장하며 오히려 중앙정부를 상대로 헌법소원(권한쟁의심판청구)도 냈다.

성남시는 1월 19일과 20일 무상교복과 청년배당금을 각각 지급했다. 요란하게 정책을 추진하면서 부작용도 속출했다. 청년배당으로 지급한 지역화폐(성남사랑상품권)는 현금화(속칭 ‘카드깡’) 논란을 빚었다. 성남시는 뒤늦게 전자화폐를 도입하기로 했다.

성남시 수정구에 사는 김모(45·자영업)씨는 “정치인들이 세금으로 생색내는 행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요즘 성남시의 복지정책 추진 과정을 보면 성남시민이란 사실이 부끄럽다. 좀 조용히 지원해주면 안 되느냐”고 푸념했다.

이에 대해 김남준 성남시 대변인은 “과거에는 문제 삼지 않던 중앙정부가 유독 이번 3대 복지정책에 강하게 반대하니 요란스럽다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남양주시의 복지 행정은 성남시와는 판이하다. 2007년 남양주시에서 시작된 ‘희망케어 사업’은 정부의 호응 속에 확산되고 있다. 이 사업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시민들을 돕기 위해 만들어졌다. 시 예산 20억원과 시민성금 및 후원금 40억원을 투입해 4개의 희망케어센터를 4개 사회복지법인에 위탁 운영해 왔다.

성과가 나면서 이 방식을 벤치마킹해 복지부가 2012년 ‘희망복지지원단’을, 경기도가 2010년 ‘무한돌봄센터’를 가동했다. 이런 희망케어 사업이 올해는 남양주시가 읍·면·동을 묶는 광역 행정체계로 바뀐 것을 계기로 ‘책임 읍·동 복지 허브화 사업’으로 진화 중이다.

이석우 남양주시장은 “올해 출범한 책임 읍·동에서는 복지뿐 아니라 건강생활지원센터·청소년상담복지센터·삼성미소금융·푸드마켓 등 보건과 복지에 관련된 민간기관도 배치해 복지 서비스를 한자리에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양주 시민 한모(55·남양주시 화도읍)씨는 “동네 행정복지센터에서 모든 복지지원 정책을 상담받고 관련 행정절차를 손쉽게 밟을 수 있어 만족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협력을 통한 남양주시의 맞춤식 복지 정책은 더 있다. 지난해 1월 고용노동부·보건복지부·행정자치부 등과 협력해 행정기관과 민간 전문가가 참여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를 전국 처음으로 설치했다. 이런 방식은 실효성을 인정받아 이후 전국에 문을 연 고용복지플러스센터 대부분에서 적용되고 있다.

최병대 한양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남양주시는 정부 정책과 연계된 공공정책을 펴는 반면 성남시는 시장 개인의 정치적 꿈을 위해 어필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 단체장이 개인의 영리를 위해 공공정책을 편다면 풀뿌리 민주주의의 정신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남양주·성남=전익진·임명수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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