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여중생 성폭행사건' 다시 부상…의령경찰서 여경 비난 '빗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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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2년 전 밀양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가 방영되면서 경남 의령경찰서에 근무하는 여경을 비난하고 해임을 요구하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여경이 사건에 직접 연루되진 않았지만 당시 같은 학교 친구였던 가해자의 미니 홈피에 부적절한 글을 올렸던 게 화근이었다.

6일 경남 의령경찰서에 따르면 하루 수십 통의 민원 전화가 빗발쳐 민원실 직원들이 정상 업무를 하기 힘들 정도다. 경찰서 홈페이지도 마찬가지다. 민원은 이 경찰서 소속 A경장(30·여)에 대한 내용이다.

A경장은 2004년 경남 밀양에서 발생한 여중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친구였다. 이 사건은 그해 1월 밀양 고등학생 44명이 울산의 여중생 자매를 밀양으로 불러내 폭행하고 1년가량 지속적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당시 솜방망이 처벌과 “(피해자인) 네가 밀양의 물을 흐렸다”와 같은 경찰의 폭언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고3이던 A경장은 같은 학교 친구였던 한 가해자의 온라인 미니 홈피 방명록에 “잘 해결됐나? 듣기로는 3명인가 빼고 다 나오긴 했다더니. (피해자들) X도 못생겼다더구먼. 고생했다 아무튼”이란 글을 올렸다.

이 글은 8년이 지나고 A 경장이 경찰이 된지 2년 뒤인 2012년 세상에 알려졌다. A경장이 경찰공무원 입시학원 홈페이지에 올린 합격 수기를 보고 누리꾼이 이 글을 인터넷에 띄운 것이다.
그런데 최근 케이블 채널에서 밀양 여중생 사건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 ‘시그널’을 방영하면서 A경장이 다시 도마에 오른 것이다.

이런 사태는 처음은 아니다. A경장이 2014년 2월 순경에서 경장으로 진급했을 때, 또 같은 해 4월 밀양 여중생 사건을 다룬 영화 ‘한공주’가 개봉했을 때도 민원이 끊이질 않았다.

누리꾼들은 국민신문고 홈페이지 등에 밀양 여중생 사건의 재조사를 촉구하는 내용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밀양 여중생 성폭행 가해자들 신상 및 최근 사진’도 나돌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폐쇄하기도 했다.

의령=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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