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기울어졌던 중국 저울, 지금은 남북 균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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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왼쪽)이 3일 회장 접견실에서 우다웨이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와 한·중 관계 등을 주제로 환담하고 있다. [사진 전민규 기자]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70)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과거 북한으로 기울어졌던 중국의 저울이 지금은 (남북한 사이에서)균형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우다웨이, 홍석현 회장과 면담
“중국, 유엔 결의 이행 땐 북한 압박
사드 배치로 중국에 담 쌓지 말길”

우 대표는 3일 오전 중앙일보 본사를 방문해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북한 핵 대응에 중·한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또 “지금은 중·한 관계가 수교(1992년) 이래 역사상 가장 관계가 좋은 시기”라며 “양국 지도자가 그런 원동력을 주입해 왔다”고도 말했다.

 우 대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을 전후해 한·중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4박5일 일정으로 방한했다.

 우 대표는 이날 현재의 한·중 관계를 설명하던 중 ‘산우욕래풍만루(山雨欲來風滿樓, 산에 비가 오려 하니 누각에 바람이 가득하다는 말로, 무슨 일이 생기려고 현재 상황이 평온하지 않음을 뜻함)’란 시구도 인용했다.

그는 “중·한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를 과거엔 정치와 경제 부문으로 이해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그러나 이제는 안보 이익의 차원도 포함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군사동맹뿐 아니라 한·중 동반자 관계 모두가 한국의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안보동맹, 중국을 경제협력 대상으로만 보는 기존의 ‘안미경중(安美經中)’ 시각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우 대표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완곡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미의 사드 배치는 중국의 전략적 안보에 손해이기 때문에 반대한다”며 “중국 내에선 ‘중·한 관계가 사드 체계의 미사일 24개보다 못하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 회장은 “한국과 한국 국민은 사드 배치를 북한 핵·미사일 문제로 대표되는 위협과 관련해 이해하고 있다”며 "지난달 중앙일보 여론조사에서 사드 배치에 대해 찬성한다는 의견이 67.7%(본지 2월15일자 1면 보도)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우 대표는 “한국 외교부에서 일한 과거의 동료를 만났더니 ‘우리가 사드를 배치하는 건 북한 핵에 대처하기 위해 담을 쌓는 것이고, 그 담은 중국과 상관없다’고 말했다”면서 “그러나 (중국이 바라는 것은)한국의 담을 중국에까지 세우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 대표는 면담에서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국의 입장도 설명했다. 그는 “러시아는 논의 단계에서 수정안을 낸 반면 중·한은 새롭고 강력한 안에 합의했다”며 “결의 채택 이후 관리와 이행이 관건인데, 중국은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책임을 이행하겠다고 이미 한국 측에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곤 “중국이 결의안대로 이행하면 북한에 압력이 될 것”이라며 “지금 이 국면은 중국이 만든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우 대표는 “유엔 결의를 통해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돌아오게 해야 한다. 제재를 통해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며 “전쟁이 아니라 외교적 방법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가 쓸데없다는 것을 느끼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글=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사진=전민규 기자

◆우다웨이 대표=1946년 중국 헤이룽장성 출신으로 주한 중국대사(98~2001년)와 주일 중국대사를 지낸 중국 외교부의 아시아통(通)이다. 2005년부터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아 왔으며 11년 동안 바뀐 한국 측 카운터파트만 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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