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국회 필리버스터 신기록…경제는 마이너스 신기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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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 국내 3대 조선사인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은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지난달에도 현대중공업이 3억 달러의 실적을 냈을 뿐 나머지 두 회사는 개점휴업을 면치 못했다.

2월 수출 -12.2%, 내수 떠받치던 부동산도 가라앉아
“총선 앞둔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 경제법안 통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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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선박 수출은 29억 달러로 한 해 전(53억 달러)에 비해 반 토막 났다. 철강·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산업도 부진해 지난달 전체 수출액은 12.2% 줄었다. 월간 기준 역대 최장기인 14개월 연속 감소했다.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동남권 주요 산업기지의 침체는 마치 과거 미국 자동차산업의 메카이던 디트로이트가 쇠퇴해가던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더욱이 올 들어 원화 값이 5.2%나 떨어졌는데도 수출 감소세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12월 이후 석 달 연속 두 자릿수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시장 이탈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김익주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의 경기가 부진해 원화 값이 떨어져도 큰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오히려 환율이 지나치게 올라갈 경우 외국인 자본이 급격히 유출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경기부양책으로 지난해 말 ‘반짝’ 했던 내수마저 식고 있다. 기업과 소비자의 체감경기를 반영하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와 소비자심리지수(CCSI)가 지난달 동시에 하락했다.

특히 기업 업황 BSI는 6년11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그나마 내수를 떠받쳐온 부동산시장도 금융회사의 대출 죄기 여파로 거래가 줄며 냉각되는 조짐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추가경정예산과 소비촉진책의 효과가 끊기는 ‘내수절벽’이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형태로 현실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밖에서도 돌파구를 찾기 힘들다. 선진국-신흥국, 자산-실물 어느 한 곳 뾰족한 구석 없이 전 세계 가 동반 침체하는 ‘복합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회는 8일째 야당의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에 막혀 사실상 마비됐다. 1일 오후 11시 현재 172시간으로 세계 최장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그 사이 서비스발전기본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대부업법 개정안 등 경제활성화 법안은 아직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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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대타협 파기 선언 이후 노동개혁의 동력도 급격히 약화했다. 구조개혁이 지지부진한 사이 은행엔 부실채권이 눈덩이처럼 쌓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은행 부실채권은 28조5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4조3000억원 늘었다.

 사면초가의 상황일수록 위기 돌파의 리더십이 절실하다. 여야가 이념이나 정파의 이익을 넘어 위기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줘야 기업이나 가계도 희망을 볼 수 있다. 이달 열릴 19대 임시국회가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는 “임시국회가 끝나면 곧바로 총선 국면이 된다”며 “더 늦기 전에 국회는 경제활성화법만이라도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상 상황인 만큼 정부와 한국은행도 국회 탓만 할 게 아니라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민근·이가영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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