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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권성우, 소설가 신경숙 남편 남진우 교수 비판

중앙일보

입력

 
문학평론가 권성우(53·숙명여대 한국어문학부 교수)씨가 소설가 신경숙씨의 남편 남진우 문학평론가를 정면 비판했다. 남씨가 아내 신씨의 소설 표절 의혹을 포함해 표절 일반에 대한 문단의 관행에 대해 사과한 지난해 12월 글을 강도 높게 공격했다.

당시 남씨는 월간 '현대시학' 12월호에 '권두시론'으로 발표한 글 '표절의 제국'에서 아내 신씨를 둘러싼 표절 논란에 대해 평론가 자격으로 사과 입장을 밝혔으나 1990년대 초반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던 소설가 이인화씨의 장편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의 표절 문제를 다루는데 글의 대부분을 할애했다. 그 과정에서 문제의 이씨 장편을 제1회 작가세계문학상 당선작으로 뽑는 심사과정에 함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권씨를 비판했다. 이른바 '주례사 비평' 논쟁에 활발히 참여한 권씨가 정작 이씨의 당선작이 책으로 출간되자, 주례사 비평 성격의 글을 중앙일보에 실었다는 내용이었다. 때문에 이번 권씨의 글은 남씨의 '선공'을 권씨가 받아친 모양새다. 반박문이다.

권씨는 글을 계간 실천문학 봄호에 실었다. '비평의 윤리와 문학장의 혁신을 위한 단상: 남진우의 '표절의 제국'을 읽고'라는 제목을 달았다.

권씨 주장의 핵심은 남씨의 '표절의 제국'이 제대로 된 비평이라면 갖춰야 할 최소한의 윤리마저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표절 문제에 대한 권씨 자신의 입장이 바뀌었다고 비판한 남씨 주장과 달리 오히려 남씨가 이씨의 표절 사실을 누구보다 먼저 상세하게 알고 있었음에도 정작 이씨 소설이 당선작으로 뽑혀 책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어떤 공식적인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함께 예심에 참여했으며 애초에 표절 문제가 봉합되어 문제가 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남진우에게는 적어도 그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표절의 제국'은 신경숙의 표절이 이인화의 표절에 비해서는 심각하지 않다며 물타기”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씨는 남씨의 평론 스타일에 대한 전면적인 문제 제기도 했다. 강준만, 문화평론가 정희진 등의 글을 인용해, 남씨가 특정인을 타기팅해 비난하는 방식의 글쓰기 행태를 보여왔다고 비판했다. "논쟁 과정에서 극렬한 인신공격을 통해 생산적 논쟁이 될 수 있는 최소한의 가능성까지 참담하게 붕괴시켜왔다”고 주장했다. '현대시학'에 반론권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소개한 뒤 "남진우의 글이 그대로 묵인되는 구조라면, 그런 비평 공론장은 진작에 붕괴되어 마땅하다"고 했다.

권씨는 한국작가회의도 문제 삼았다. 신씨 표절 의혹이 불거진 후 '자기성찰을 위한 소위원회'를 구성해 6개월 가량 조사활동을 벌인 후 입장문을 발표했으나 "지나치게 상식적이고 공허하다"고 지적했다. "신경숙 표절 논란에 대한 구체적인 진단과 해석을 전혀 담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작가회의는 입장문에서 “시기와 창작자를 달리하는 두 작품이 정도 이상의 닮음을 보이는 것은 특별한 사례가 아닌 한 바람직하다고 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할 때는 다양하고 창조적인 방식으로 선행 작품이 참조·원용됐다는 것을 독자가 알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준봉 기자 infor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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