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공천 전권을 거머쥐었다. 29일 더민주 당무위원회는 선거 관련 권한을 비대위로 위임하는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당무위, 비대위로 권한 위임
주류 측 반대 안 해 만장일치 통과
전략공천 좌우, 비례대표 재량권도
상경한 문재인 “김 대표 잘 하실 것”
문재인 전 대표 시절 만든 공천혁신안대로 하면 ‘전략적 고려’를 할 수 없어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김 대표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에 자신이 원하는 인사를 앉히고, 전략공천을 위한 현역 의원 물갈이를 본격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우선 당헌에 규정된 청년·노동·취약지역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 비례대표 후보 추천에 재량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당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경제 분야 등 전문가들을 포진시켜 수권정당의 이미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도 당무위에서 “대선을 앞두고 당의 얼굴이 될 만한 상징적 인물을 비례대표에 앉혀야 한다” 고 말했다.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현역 의원들에 대한 지지율 조사를 마치고 현역 의원 공천 탈락 여부를 이번 주말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홍 위원장은 ▶3선 이상 50% ▶초·재선 30%까지를 물갈이 상한으로 제시한 상태다.
다만 김 대표는 “당의 인재풀이 너무 없어 교체하고 싶어도 배치할 인물이 없다”며 물갈이 폭을 다소 낮춰 놓았다. 자신이 ‘공천대권’을 쥔 데 대한 동요를 의식한 발언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측근 인사는 “당선 가능성을 우선 고려하겠지만 운동권 문화에 젖은 일부 의원들을 배제하지 않고는 선거에서 이기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위 20% 컷오프(공천 배제)에 포함된 문희상·백군기 의원 등에 대한 구제도 가능해졌다. 당 관계자는 “선거에서 얼마나 필요한지와 여론의 반응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제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김 대표에게 공천권을 위임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류 측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당무위에선 혁신위원을 지낸 박우섭 인천남구청장이 “시스템 공천안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하는 정도에 그쳤다.
오히려 “선거운동을 빼면 남은 20여 일이 판세를 좌우할 텐데 지도부를 믿자”(민병두 의원), “선거 때 지도부에 위임하는 게 관례였다”(김진표 전 의원)는 지지 발언이 이어졌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당 관계자는 “여당에 비해 유리하지 않은 선거 상황에서 김 대표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겠느냐”며 “김 대표가 떠날 수도 있다며 배수진을 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경남 양산에서 상경한 문재인 전 대표도 “김종인 대표가 잘 하실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광주서을에서 양향자 vs 천정배 대결=더민주는 전략공천 1호로 문 전 대표가 영입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를 지명했다. 양 전 상무는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의 지역구인 광주 서을에 투입된다. 양 전 상무는 “ 무능을 정치공학으로 가리고, 선언만으로 끝나는 정치에 광주를 맡길 수 없다”며 “경제비전으로 이기겠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씨를 이날 당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반면 컷오프에서 탈락한 전정희(전북 익산을) 의원은 이날 더민주를 탈당했다. 전 의원은 “국민의당에서 연락이 오면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지상·안효성 기자 groun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