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스타트, 한국인 9인의 서로 다른 도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박병호(30·미네소타)와 김현수(28·볼티모어)는 메이저리그(MLB) 투수들의 공을 때려낼 수 있을까. 강정호(29·피츠버그)는 무릎 부상에서 어느 정도 회복한 걸까.

2일부터 시작하는 MLB 시범경기를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번 시범경기에는 이미 MLB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추신수(34·텍사스)·류현진(29·LA다저스)·강정호와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김현수·박병호·오승환(34·세인트루이스)가 모두 출전한다. 또 25인 로스터에 포함되지 못한 이대호(34·시애틀)·최지만(25·LA 에인절스)·이학주(26·샌프란시스코)까지 무려 9명의 한국 선수들을 만날 수 있다. 박찬호(43·은퇴)와 김병현(37·KIA) 등 8명의 한국 선수가 뛰었던 2005년보다 한 명 더 많다.

지난달 20일을 전후로 각 구단의 스프링 캠프장에 모인 선수들은 올시즌 맹활약을 꿈꾸며 묵묵히 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날씨가 따뜻한 애리조나와 플로리다에 각각 15개팀이 전지훈련을 하고 있는데 애리조나에서 열리는 시범경기는 선인장을 상징하는 캑터스리그, 플로리다 경기는 그레이프프루트(자몽)리그로 불린다. 시범경기가 시작되면 선수들은 오전에 3시간 가량 훈련을 하고, 오후에는 경기에 출전한다.

플로리다에서는 박병호·김현수·오승환·강정호가, 애리조나에선 류현진·이대호·추신수·최지만·이학주가 대결을 펼친다. 가장 자주 만나는 선수는 김현수와 박병호다. 4월5일 시즌 개막전을 치르는 볼티모어와 미네소타는 3월6일을 시작으로 8·13·14·18·23일 열리는 시범경기에서 6차례나ㅣ 맞대결을 펼친다. 부산 수영초등학교 시절부터 우정을 이어온 이대호와 추신수는 7일과 19일에 만난다. 오승환과 박병호는 9일과 15일에 경기가 잡혀있다.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대부분 새벽에 예정돼 있다.

류현진과 강정호의 당면 목표는 '회복'이다. 지난해 부상으로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전념해온 둘은 팀 훈련에 참가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류현진은 최근 두 차례 불펜 피칭에서 시속 135km의 직구를 던졌고, 체인지업도 구사했다. 예상보다 빠른 회복을 보이고 있지만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데이브 로버츠(44) 다저스 감독은 "류현진이 5월에나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시범경기에 등판시켜 몸 상태를 체크하겠다"고 밝혔다. 강정호 역시 일찌감치 플로리다로 이동해 복귀 준비에 들어갔다. 올 시즌 주전 3루수로 나서게될 그는 최근 수비 훈련을 시작했다. 강정호의 회복 속도 역시 빠른 편이라 시범경기 막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미국에 입성한 김현수·박병호·오승환에게 시범경기는 적응 기회다. 김현수는 2번타자·좌익수, 박병호는 6번·지명타자, 오승환은 마무리 투수(트레버 로젠탈)에 앞서 등판하는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한다. 상대적으로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지만 첫 단추를 잘 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MLB 입성을 보장받지 못한 이대호·최지만·이학주에게는 시범경기가 치열한 생존 경쟁의 무대다. 이대호는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험난한 도전을 시작했다. 계약이 늦어지면서 미국과 한국을 오갔지만 체중을 7㎏ 이상 줄이며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취업 비자가 나오지 않아 시범경기 초반 결장이 불가피하다.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아직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한 최지만과 이학주는 올 시즌을 앞두고 팀을 옮겼다.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이 3할(0.302)이 넘는 LA에인절스의 최지만은 1루수 알버트 푸홀스(36)의 부상으로 시즌 초반부터 기회가 생겼다. 최근에는 좌익수 수비 훈련도 시작했다. 수비가 좋은 샌프란시스코 유격수 이학주에게는 마지막이나 다름없는 기회다. 타격에서도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추신수는 가장 느긋한 편이다. 그는 팀 내 타자 중 세 번째로 많은 2000만 달러(약 247억원)의 연봉을 받는 주축 선수다. 그러나 지난해 초반 부진을 기억하고 있는 추신수는 예년보다 일찍 애리조나에 입성해 몸을 만들고 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