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유색인종 표심에 무관심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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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미 대선 후보들. 왼쪽부터 버니 샌더스, 힐러리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테드 크루즈, 마코 루비오.

미국 대선을 뒤흔든 양대 아웃사이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과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유색 인종 효과’로 울고 웃는 정반대 상황을 겪고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위협하던 샌더스는 네바다·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잇따라 흑인 표에서 밀리며 위기를 맞았다. 반면 멕시코 이민자를 성폭행범으로 몰며 히스패닉 사회의 거센 반발을 불렀던 트럼프는 아랑곳없이 승승장구다.

방송사 출구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의 네바다주 경선 때 흑인 투표자의 76%가 클린턴에게 몰표를 던진 데 이어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흑인 투표자의 87%가 클린턴을 찍었다. 반면 공화당의 트럼프 선거에선 히스패닉·흑인의 조직적 이탈표라는 게 없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집토끼 구조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2013년 2월 갤럽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은 백인 60%, 흑인 22%, 히스패닉 13%, 아시안 2%다. 백인 표에서 압승을 거두지 않는 한 캐스팅보트를 쥔 유색인종이 미는 주자가 승기를 잡는다. 반면 공화당 지지층은 백인 천지다. 백인 89%, 흑인 2%, 히스패닉 6%, 아시안 1%로 유색 인종은 대세를 결정짓는 변수가 되지 않는다.

오바마 정부 들어선 인종별 정당 선호도가 더욱 심화됐다. 비영리 재단인 퓨리서치의 2015년 4월 발표에 따르면 백인들의 정당 지지는 2009년 공화당 45%, 민주당 43%로 엇비슷했다가 2014년엔 공화당 49%, 민주당 40%로 공화 편향 현상이 분명해졌다. 반면 흑인들의 표심은 2009년이나 2014년 모두 80% 이상이 민주당 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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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색 인종이 5%에 불과한 버몬트주에서 정치를 한 샌더스는 2014년 뉴욕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흑인 에릭 가너의 딸을 홍보 광고에 출연시키는 등 뒤늦게 나섰지만 클린턴 진영의 ‘40년간 흑인의 대변자’ 구호에 밀린다. 반대로 히스패닉을 적으로 만들고 흑인을 상대로는 선거 운동을 한 적이 없는 트럼프의 경우 백인 불만층들이 환호하며 공화당 경선을 압도하고 있다.

공화당 13개주, 민주당 11개주에서 경선이 치러지는 수퍼화요일(3월 1일)의 결과를 놓고도 미국 언론이 조심스럽게 샌더스·트럼프의 강세를 전망하는 이유도 유색인종 효과에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민주당의 11개 경선 지역에서 비(非)백인 투표자가 40% 이상 차지할 전망”이라며 샌더스의 고전을 예상했다. 반면 보수 백인의 대변인이 된 트럼프는 경쟁자인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의 지역구인 텍사스주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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