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이번주 ‘친박, 공천에서 손 떼라’ 강공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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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테러방지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여야 대표 회동에 나온 김무성 대표. [뉴시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 27일 김성태·김학용·박민식 의원 등 측근 그룹을 긴급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측근 긴급 회의서 의견 모아
김 “살생부 논란엔 대응 안 할 것”
이한구 “음모정치 냄새 난다”
윤상현 “김 대표 측 더티 플레이”

 당내에 ‘비박계 살생부’ 명단이 돌아다니면서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에선 친박계 인사가 김 대표에게 현역 의원 40여 명에 대한 살생부를 전달했다는 말까지 나왔으나 김 대표는 이를 부인했다.

김 대표는 본지 통화에서 “항간에 일부 인사의 공천 탈락설이 도는 데 얘기한 적은 있다. 그러나 소위 ‘살생부’는 본 적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이를 두고 계속 왈가왈부 하는 데 대해선 전혀 대응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른바 ‘살생부 논란’으로 친박들과 전선을 넓히진 않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김 대표 측은 “누가 살생부에 들어갔다는 ‘썰’만으로도 큰 피해”라며 “김 대표는 특정 세력이 소문을 흘리고 있다고 봐 회의를 소집한 것”이라고 말했다.

 회동 후 김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28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 공천 과정에 자꾸 개입하려는 세력에 대해 김무성 대표가 폭발 직전”이라며 “이번 주까지 공천 개입 논란이 계속되면 김 대표가 친박계를 향해 고강도 발언을 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친박계를 포함해 모든 세력이 당 공천 과정에 손을 떼라는 취지의 발언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모임에 참석한 의원들도 김 대표에게 “친박계 실세 의원이 여의도 모처에서 비례대표 면접을 본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언제까지 묵언 수행만 할 거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김 대표는 “(29일 예정인 최고위원회의를 포함해) 며칠만 더 지켜보자. 국민에게 공천을 돌려주자는 대원칙을 훼손하는 세력에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서청원 최고위원 등과 공개석상에서 충돌한 뒤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 24일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 25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충돌을 피했다. 하지만 3월 초는 ‘승부의 시기’로 판단하고 있다. 자신의 공천관리위 면접, 경선 1차 대상자 확정, 우선추천지역 선정 등이 순차적으로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도 일전을 불사할 기세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박계나 청와대에선 당 공천과 관련해 어떤 식이건 살생부를 전달하거나 퍼뜨린 적이 없다”며 “오히려 김 대표 측이 ‘친박발 살생부’ 어쩌고 하면서 더티하게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윤 의원은 “김 대표부터 공천위에 자꾸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손을 떼줬으면 한다”고도 했다. 이한구 공천위원장도 새 분구 지역의 공천 과정에 대해 “그건 내가 다 복안이 있다”며 본인이 주도권을 쥘 뜻을 비췄다.

 당내에서 나도는 ‘비박계 살생부’와 관련해서도 이 위원장은 “3김 시대 음모정치의 냄새가 난다”며 “우리 당의 공식 기구에서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YS(김영삼 전 대통령) 측근임을 겨냥한 발언이다.

비박계 한 의원은 “지금 살생부에 거론되는 의원들은 단독 공천 신청자(정두언·김용태 등)이거나 지역 경쟁력이 높은데 왜 이런 게 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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