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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 수단에 발목 잡힌 한국·이란 교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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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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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이란의 경제공동위원회가 29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다. 2006년 중단된 이후 10년 만에 열리는 정부간 경제 협의 채널이다.

양국 경제공동위 10년 만에 개최

주요 대기업과 공공기관, 금융사 등 95개 기업·단체가 포함된 대규모 민간경제사절단도 함께 이란을 찾는다. 대(對) 이란 경제 제재가 풀리면서 다시 열린 수출 시장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이 이란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풀어야할 난제도 여전히 남아있다. 대표적인 것이 결제 수단 문제다. 경제 제재 기간 동안은 국내 은행에 개설된 이란 중앙은행의 원화 계좌를 임시 방편으로 활용했다.

하지만 이란 측이 향후 거래에서 국제 화폐로 결제하는 걸 원하는데다 원화 계좌만으로 대규모 거래를 뒷받침하기는 역부족이다. 문제는 미국이 여전히 이란과 무역에서 달러화 거래를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정부는 유로화 등 대체 통화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우선 선뜻 이를 중개하겠다는 해외 은행이 나오지 않고 있다.

2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이란과의 유로화 결제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HSBC·UBS·도이체방크 등 유럽계 은행에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이렇다할 만한 성과가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럽계 큰 은행뿐 아니라 중국 은행마저 별다른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계 대형 은행들이 이처럼 미온적인 건 자금 중개 과정에서 감당해야할 위험에 비해 수익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원화와 유로화를 환전하는 과정에서 달러화 거래를 거쳐야 하는데, 미국으로부터 이를 양해받을 수 있을지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프랑스 최대 은행인 BNP파리바의 경우 이란 등 미국이 제재한 국가와 금융 거래를 한 혐의로 지난해 9조원의 벌금을 물기도 했다.

게다가 유럽 은행들은 당장 건전성 확보가 ‘발등의 불’이라 새로운 사업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다. 유럽 경기 침체와 마이너스 금리 도입 여파에 도이체방크 등은 신종자본증권(코코본드)의 이자도 갚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유로화 결제 시스템이 마련되더라도 국내 수출기업들은 상당한 환리스크를 감당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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