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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헌대로 하면 현역만 유리 그랬다간 새누리당 망한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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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호 6 면

최경환 의원은 정반대 입장이다.


“김 대표 주장대로 현 당헌·당규에 따라 공천하면 현역을 10%도 교체할 수 없다. 운동장이 너무 세게 기울어졌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갑에서 안대희 후보가 고전하고 있다는데, 이는 당연한 일이다. 안 후보가 전국적으로 알려진 인물이라지만 마포 주민 중에 아는 사람이 드물다. 반면 18대 의원을 지낸 강승규 후보는 마포에서 오래 살아 웬만한 주민이면 다 안다. 4년 전 19대 총선 때도 전략공천 후보들의 인지도는 5%가 안 됐다. 사실 5% 나오는 게 기적이다. 후보가 누군지 알아야 주민들이 지지할 것 아닌가. 이번도 마찬가지다. 원래는 여야가 동시에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하고, 당협위원장은 경선 6개월 전 사퇴하며 경선방식은 현장투표로 하기로 했는데 무산됐지 않느냐. 그래 놓고 총선을 두 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 여론조사를 하면 (신인 후보들은) 지지율이 안 나온다. 이를 두고 언론은 자꾸 ‘진박 마케팅 실패’니 역풍이니 하는데 아주 잘못된 표현이다.”


“그렇다면 경선 대신 전략공천으로 가야 한다는 건가”라고 질문하자 최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 당헌·당규를 뒤집을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우선추천지역, 현역 의원 자격심사, 단수추천 등의 제도를 활용해 참신하고 괜찮은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른바 ‘진박’ 후보(곽상도·정종섭 등 청와대·정부 출신 인사)들이 현역 의원들에게 밀려 고전 중인 대구도 융통성 발휘 대상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대구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그래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식으로 공천하면 현역 의원이 거의 100% 공천된다. 그러면 경선에 불복하는 후보들이 나올 수 있다. 김 대표 식 경선은 있는 사람(현역)들에게 그대로 (공천) 주자는 얘기다. 야당은 50%까지 바꾸는데 우리만 역대 최악이란 19대 국회 현역 의원들 그대로 공천하면 망한다. 왜 (김 대표가 경선에) 함몰돼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경선의 골간은 유지하되, 당원명부에 문제가 있다든지 하는 곳은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공관위가 일방적으로 공천을 결정하면 공천장에 대표 직인 날인을 거부해 무효로 만들겠다는 김 대표 입장에 대해서는 “어린애 같은 얘기”라고 했다. “당헌·당규상 공식 기구인 공관위가 (공천을) 결정키로 돼 있는데 (김 대표가) 무슨 재주로 도장을 안 찍느냐. 도장을 찍느냐 안 찍느냐는 문제가 안 된다. 다만 당 최고위원회가 ‘공천심사가 잘못됐다’고 이의를 제기할 수는 있다. 그러나 당헌·당규에 따르면 그 경우에도 공관위가 재적 3분의 2로 재의결하면 공천안이 통과된다고 돼 있다. 대표의 직인은 단순히 행정적 절차일 뿐이다. 그런데도 대표가 공천장에 도장을 안 찍는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


최 의원은 “총선을 앞둔 당 대표가 할 말이 아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역대 어느 당 대표가 공천에 관여했나. 그리고 김 대표 자신도 공천 심사 대상이다. 다만 공관위에 (김 대표 측근인 황진하) 사무총장이 들어가 있으니 김 대표가 황 총장을 통해 공관위 상황을 보고받고,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는 있다. 사실 2008년 총선 때 이방호 사무총장은 강재섭 대표에게 그런 것(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강 대표가 당무를 거부한 사례까지 있다. 이는 물론 잘못된 경우다. 하지만 대표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공관위 업무에 계속(개입)하면 공관위의 독립성을 보장한 룰에 위배된다. 공천은 인사 문제인데 공관위가 자꾸 외부에 휘둘리면 공천을 할 수 없다. 이게 새누리당의 당헌·당규 정신이고 오랜 전통이다.”


최 의원은 선거구 재획정으로 신설된 지역구에 대해선 “당연히 ‘우선추천지역’으로 공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선추천지역은 참신한 신인들이 진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인데 지나치게 계파적인 시각으로 봐 안타깝다. 박근혜 정부와 국정철학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20대 국회에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다. 경제부총리 시절 국회에서 갖은 고통을 당한 나로선 당연히 할 수 있는 얘기 아니냐”고 그는 반문했다.


강찬호 논설위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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