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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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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호 4 면

가수 윤복희가 ‘여러분’을 불러 1979년 제 3회 서울국제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저는 중학교 2학년 까까머리였습니다. 당시?이 노래를 들으며 ‘가요제 수상곡들은 역시?좀 재미가 없어’라고 넘어갔던 기억이 납니다. 노래에 담긴 의미를 미처 깨닫지 못했던?것이었죠.


그 생각이 바뀐 것이 몇 년 전 MBC ‘나는 가수다’에 출연한 임재범의 절창 덕분이었죠.?그의 인생사가 묘하게 오버랩되면서 가사 한?마디 한 마디가 어찌나 애절하게 가슴을 파고들던지.


그런데 이번에 ‘K팝 스타’ 재방송을 보다가?깜짝 놀랐습니다. 재미교포 유제이 양이 부른 ‘여러분’ 때문이었습니다. 올해 열여섯이라는 어린 교포 소녀가 이 곡을 어떻게 부를지 심사위원들조차 의아해 했는데, 결과는?극찬의 연속이었습니다. 양현석은 “윤복희?선배님이 이 노래를 꼭 들어보셨으면 좋겠다”고 얘기할 정도였죠. 당시의 저보다 겨우 세살 많은 어린 친구가 어떻게 이 노래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었을까요.


그는 노래를 연습하며 미국 생활에서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워줬던 엄마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말도 별로 없고 표현도 서툰 소녀가 부르는 ‘여러분’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울린 것도, ‘누군가 어디선가 날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요. 팍팍해지는 세상살이, 노래의 힘을?생각합니다.


“네가 만약 외로울 때면 / 내가 위로해 줄게 /?네가 만약 서러울 때면 / 내가 눈물이 되리…”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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