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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돈줄 원유 막았듯이, 북 광물 수출 통째로 봉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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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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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대한 경제 봉쇄에 합의했다. 북한 경제의 버팀목인 광물 수출은 물론 육·해·공 무역로와 금융 거래도 차단키로 했다.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대사(왼쪽 사진)와 류제이 유엔 주재 중국대사가 25일 안전보장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뉴시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광물자원 수출 봉쇄에 나섰다. 이른바 ‘이란식 제재’ 요소를 가미한 게 특징이다.

안보리, 북한 특정산업 첫 제재
대중 수출 45% 차지 달러 루트
이란 29개국 금수, 북한은 192개국
제재 품목도 많아 효과 더 강력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6일 “안보리가 북한에 처음으로 특정 분야별 제재(sectoral ban) 조항을 도입한 것은 북한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 수출 루트를 다 막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산업 분야 하나를 통째로 막아버리는 식의 제재는 국제사회가 이란에 써서 성공한 방법이다. 이란의 경우 원유와 천연가스가 대상이었다. 미국은 1995년부터 자국민이 이란의 원유 관련 분야에 투자하거나 관련 거래를 하는 것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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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에는 국방수권법 등을 통해 이란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과 개인에게도 불이익을 주는 ‘세컨더리 보이콧’까지 적용했다. 유럽연합(EU)은 2012년부터 이란 원유와 석유 제품에 대한 금수 조치를 시행했다.

 이란 원유 금수 조치는 유엔 안보리의 대이란 제재와 맞물리면서 서서히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런 국제사회의 압박은 리알화 폭락 등 이란 내부 시장경제 붕괴 위기로 이어졌고 결국 이란이 핵을 포기하고 협상 테이블에 나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 역시 이란이 그랬듯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광물 자원에 대한 금수 조치를 밀어붙였다고 한다. 특히 이란에 대해서는 미국과 EU 소속 28개국만 금수(禁輸)조치에 나섰지만 북한 광물 자원에 대해선 북한을 제외한 192개 유엔 회원국 전체에 수출 통제 의무가 생겼다 .

 제재안 도출 과정을 잘 아는 외교가 소식통은 “이란이 원유 한 분야였다면 북한은 광물 자원이란 큰 카테고리이기 때문에 제재가 적용되는 품목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 내용으로 보자면 대북제재가 대이란 제재보다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이란은 원유를 팔아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하는 자금으로 썼다. 북한엔 광물 이 이란의 원유나 마찬가지라고 보고 수출을 막은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에 가장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수출 품목은 석탄·철광석 등 지하광물이다. 2014년엔 전체 수출액의 절반가량인 15억6800만 달러를 수출했다. 공식 확인된 무기류 수출액은 2014년 3만2000달러에 불과했다. 특히 북한 무역량의 90%를 차지하는 대중 무역에서 광물 자원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중국해관총서가 지난달 말 발표한 ‘2015년도 북·중 교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출액(24억8400만 달러) 중 무연탄이 10억5000만 달러, 철광석이 7200만 달러로 전체의 45% 수준이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중국은 자국 내 대북 광물 수입업체들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북한의 버릇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에 광물자원 금수 조치에 동의했다”며 “우리가 개성공단 중단 결정을 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유지혜·안효성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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