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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략공천’ 물갈이, 첫 타깃은 광주 친노·운동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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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현역 의원 물갈이에 시동을 걸었다. 호남 민심 이반의 진앙지였던 광주 의원들이 첫 타깃이었다.

천정배 상대로 표적공천 하기로
강기정 눈물 흘리며 부당함 토로
김, 광주서 “햇볕정책 진일보해야”
국민의당 “정통 야당 부정한 것”

더민주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은 25일 강기정(3선) 의원의 지역구(광주 북갑)를 경선 없이 중앙당이 후보를 결정하는 ‘전략공천’ 대상으로 발표했다. 사실상 강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키겠다는 뜻이었다.

정장선 단장은 “강 의원의 광주 북갑은 (국민의당 후보와의) 경쟁력 조사에서 굉장히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광주 지역구 의원 8명 중 6명이 국민의당으로 적을 옮긴 상황에서 탈당하지 않고 남은 현역 의원이다. 86운동권 출신으로 문재인 전 대표 시절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전날 문희상·유인태·신계륜·노영민·김현·임수경 의원 등 10명의 컷오프 대상에 친노·운동권 의원이 절반 포함된 데 이어 다시 ‘친노·운동권’이 물갈이 대상이 됐다.

 더민주는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지역구(광주 서을)도 전략공천 대상으로 결정했다. “광주에서 8대 0으로 이기겠다”고 벼르는 천 대표를 표적으로 ‘자객 공천’을 하겠다는 뜻이었다.

 전략공천은 하위 20% 의원에 대한 컷오프(공천 배제)와는 별개다. 컷오프는 문재인 전 대표 때 만든 혁신위원회의 공천개혁안에 따른 것이지만 이날 광주 현역 의원 교체 발표는 김 대표가 직접 지시했다.

김성곤 전략공천위원장조차 “광주 서을과 북갑은 당초 전략공천 대상지가 아니었다”고 말할 정도로 사전 상의 없이 진행된 조치였다.

강 의원은 이날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서 공천 탈락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언급하다 “국민이 싫다는데 동료 의원과 멱살잡이를 할 정도로 야당이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회고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날 김 대표는 광주를 직접 찾았다.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선언’이라는 발표문도 내놨다.

김 대표는 “호남의 참신한 정치인들이 제2, 제3의 김대중(DJ)으로, 대권주자로 성장할 것”이라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신을 계승하는 건 당연하지만 이를 이용해 기득권을 지키는 과거 세력이나 관행은 끊어내겠다”며 물갈이 의지를 밝혔다.

 김 대표는 특히 “하위 20% 컷오프 명단에 탈당한 의원 11명이 포함돼 있는데, 그 명단도 발표하겠다”고 했다. 더민주는 탈당해 현재 국민의당이나 무소속인 컷오프 대상 의원 11명은 실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호남 의원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이를 공개해 ‘컷오프’ 대상자라는 ‘낙인’을 찍겠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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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 대표는 DJ에 대한 지지가 어느 곳보다 강한 광주에서 햇볕정책 수정 가능성도 거론했다. 그는 “북한이 핵을 갖지 않았던 시점의 햇볕정책은 유효한 대북정책이었으나 북한이 핵을 보유한 지금 대북정책은 진일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 측 관계자는 “비대위 회의에서 우려가 나왔지만 김 대표는 이왕 햇볕정책 문제를 정리할 거면 광주에서 정면 돌파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국민의당 김재두 대변인은 논평에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광주선언을 한 것으로 착각할 것”이라며 “김 대표 스스로 정통 야당을 부정했다”고 공격했다. 김 대표는 “햇볕정책을 수정한다는 게 아니라 살아 있지만 지금 상황에선 쓸 수 없다는 얘기”라고 해명했다.

김성탁 기자, 광주=위문희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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