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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M] 주말에 뭐 볼래?…나치 vs 퀸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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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볼만해?

지금 영화관에선…


사울의 아들
원제Saul fia 감독 라즐로 네메스각본 라즐로 네메스·클라라 로이어 출연 게자 뢰리히, 레벤테 몰나르, 우르스 레힌, 토드 샤르몬트 촬영 마티야스 에르델리미술라즐로 라이크 음향 타마스 자니장르드라마 상영 시간107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개봉일 2월 25일


줄거리
1944년 독일 아우슈비츠 수용소. 존더코만도(Sonderkommando·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나치에게 죽임당한 포로의 시체를 처리하던 작업반)로 일하는 유대인 포로 사울(게자 뢰리히)은 시체들을 수습하던 중 한 소년의 시체를 발견하고, 그가 자신의 아들이라고 주장한다. 사울은 아들에게 유대인 장례식을 치러주기 위해 시체를 빼돌리기로 결심한다. 그는 포로들 틈에서 장례를 치러 줄 랍비를 수소문한다.

별점 ★★★★☆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다룬 기존 홀로코스트 영화들은 대부분 학살 현장을 비극적이면서 끔찍하게 그리는 데 주력해 왔다. 그와 달리 주인공 사울의 개인적 관점을 따르는 이 영화는 관객의 시야를 의도적으로 제한하며 유대인 학살이 벌어지는 수용소 현장을 관객에게 ‘견학’시킨다.

4:3 비율의 좁은 화면 속에서 카메라는 얕은 피사계 심도로 사울의 얼굴과 그의 시선만을 집요하게 롱테이크로 따라간다. 주변의 상황은 흐릿한 렌즈 초점에 묻혀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대신 영화는 소름 돋을 만큼 생생한 사운드로 현장을 경험하게 한다. 가스실에서 들려오는 포로들의 비명, 독일 병사들의 날카로운 고함 소리 등은 관객의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학살의 현장을 고스란히 전한다.

영화는 사울이 아들이라고 주장하는 소년이 정말 아들인지에 대해선 끝까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다. 이 영화가 그저 감동적인 휴머니즘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바로 그 점에 있다.

주변의 죽음에 무감각해진 사울은 그의 근원과 책임을 일깨우는 아들의 주검을 만나서야 자신이 할 수 있는, 마땅히 해야 하는 종교적 전통과 인간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발버둥친다.

인간성이 처참하게 짓밟힌 환경에서 인간의 고귀한 가치를 지키려는 사울의 사투는 그래서 더 전율을 안긴다. 라즐로 네메스 감독의 ‘괴물 같은’ 장편 데뷔작이라는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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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카가 아니어도 좋아

감독 아리 샌델 출연 메이 휘트먼, 로비 아멜, 벨라 손 장르 멜로, 코미디 상영 시간 101분 등급 15세 관람가 개봉일 2월 25일

줄거리미국 고교생 비앙카(메이 휘트먼)는 자신보다 예쁘고 인기 많은 두 친구와 어울린다. 어느 날 그는 이성 소꿉친구인 웨슬리(로비 아멜)에게서 ‘더프(Duff·매력적인 친구를 돋보이게 하는, 못생기고 뚱뚱한 들러리)’라는 말을 듣는다. 비앙카는 충격에 휩싸여 친구들에게 절교 선언을 한다.

별점 ★★★ 남들 눈에 비친 난 어떤 사람일까. 10대라면 고민해 봤을 법한 자아 정체성과 어느 인간관계에나 존재하는 중심 인물과 주변 인물 사이의 권력 관계. 10대 작가 코디 키플린저가 쓴 자전적 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의 핵심 주제다.

못생긴 여고생의 성공적 성장담이라는 다소 빤한 이야기를 과감하고 발랄하게 풀었다. 이를테면 비앙카가 자신이 더프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정신의학자 퀴블러 로스가 말한 죽음을 맞이하는 다섯 단계, 즉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의 과정에 빗대 설명한다. 이를 통통 튀는 내레이션과 뮤지컬·코미디·로맨스 장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연출로 그렸다.

SNS가 영화의 중심축으로 등장하는 점도 흥미롭다.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중요하게 여기는 SNS 세대의 고민을 정면으로 다룬다. 누군가가 비앙카의 동영상을 몰래 찍어 SNS에 올리자, 단숨에 그녀가 학교에서 놀림감이 되어버리는 식이다.

하지만 영화는 교내 사이버 폭력이나 왕따 문제를 진지하게 꼬집진 않는다. 이는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 문제를 다루려는 감독의 의도로 읽힌다. 또래 집단 내 위계와 SNS에 중독된 세태 풍자 그리고 희망적 메시지 사이의 균형을 어느 정도 잡았다.

다만 신데렐라 스토리의 결말은 다소 작위적으로 보인다. 신개념 하이틴 코미디를 표방한 이 영화는 미국에서 제작비 대비 4배 이상의 흥행 수입을 올렸다.


순정

감독 이은희 출연 도경수, 김소현, 연준석, 이다윗, 주다영 장르 드라마, 멜로 상영 시간 113분 등급 12세 관람가 개봉일 2월 24일

줄거리 1991년 여름,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뭍으로 나가 있던 열일곱 살 동갑내기 범실(도경수), 산돌(연준석), 개덕(이다윗), 길자(주다영)가 방학을 맞아 고향인 전남 고흥의 섬마을로 돌아온다. 그곳에서 그들은 불구의 다리 때문에 마을에 남아 있는 친구 수옥(김소현)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수옥을 좋아하는 범실은 수옥이 보건소에 자꾸 들락거리는 게 신경 쓰인다.

별점 ★★☆ ‘순정’이라는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이 영화의 목적은 촌스럽고 서툴렀지만 순수했던 시절, 그 마음을 돌이키는 데 있다. 마흔 살이 된 주인공들이 자신들이 열일곱 살이던 때를 추억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펼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정’이 그리는 그 아름다운 추억이란, 어릴 적부터 형제자매처럼 함께 자란 다섯 소년 소녀가 푸르른 바다와 초록 수풀을 가로지르며 즐겁게 뛰노는 풍경이다. 청춘들이 그 자체로 반짝이는 젊음을 뽐내는 모습은 언제 봐도 싱그럽다. 극 중 동갑내기 고향 친구로 허물없이 어울리는 젊은 배우들의 조화도 꽤 친밀하게 느껴진다.

‘순정’은 그 즐거운 풍경에 어떤 비애를 더하기 위해 다섯 친구들 사이를 오가는 첫사랑의 애틋한 감정을 그려 보인다. 그런데 그 방식이 아주 상투적이다. 극 중 모든 소년들은 예쁘고 착한 수옥을 흠모한다. 다리가 불편한 수옥은 끊임없이 친구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소년들은 저마다 ‘내가 수옥을 지켜주겠다’고 다짐한다.

정작 극의 갈등은 수옥이 그 소년들 중 누구와 이어지느냐 하는 것에서 불거지지 않는다. 첫사랑의 결과 때문에 다섯 친구들의 우정을 해칠 수 없었기 때문인지, 영화는 극 후반 뜬금없는 방식으로 비극을 빚는다. 퍽 당황스러운 결말이다. 극 중간중간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40대 시절 모습도 사족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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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여

감독 이윤기 출연전도연, 공유, 박병은, 이미소 장르 멜로 상영 시간 115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 2월 25일

줄거리 각각 자폐증을 앓는 아들, 우울증을 앓는 딸을 두고 있는 상민(전도연)과 기홍(공유). 두 사람은 아이들을 핀란드 특수 학교의 캠프에 보내는 길에 동행해 사랑을 나눈다. 8개월 후 서울에서 다시 만난 상민과 기홍은 각자의 가정 때문에 망설이면서도 만남을 이어간다.

별점 ★★★ 서로의 이름도 모르는 상민과 기홍이 핀란드의 폭설에 함께 갇혔다가 왜 갑자기 사랑을 나누는지, 영화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두 주인공의 사랑을 군더더기 없이 그리려는 시도는 좋다. 한데 전체적으로 둘의 사랑이 얼마나 애절한 것인지 그 뜨거운 온도가 잘 전해지지 않는다. 특히 상민에게나 아내에게나 거의 무조건 사랑을 베푸는 기홍의 심리가, 극 중 표현대로 참 애매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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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감독 이준익 각본 신연식 출연 강하늘, 박정민, 김인우 촬영최용진 미술 이재성

의상최미연 음악 모그 장르 드라마 상영 시간110분 등급 12세 관람가개봉일2월 17일

줄거리일제강점기, 시인을 꿈꾸던 문학 소년 윤동주(강하늘)에게 신념을 위해 거침없이 행동하고 글도 잘 쓰는 송몽규(박정민)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를 졸업한 둘은 함께 일본 유학의 길을 떠난다. 송몽규는 더욱 독립운동에 매진하고, 시를 쓰며 시대의 비극을 아파하던 윤동주와의 갈등은 점점 깊어진다.

별점 ★★★★ 이준익 감독이 ‘사도’(2015) 이후 반 년 만에 신작 ‘동주’로 돌아왔다. 사도세자의 비극을 부자간의 파국적인 관계에 집중해 그려냈던 그는 ‘동주’에서도 두 인물의 관계를 통해 비극의 서사를 풀어낸다. 함께 북간도에서 자라나 연희전문학교 졸업, 일본 유학 등 같은 행보를 걷다가 일본 후쿠오카 교도소에서 삶의 마지막까지 함께 한 윤동주와 송몽규, 두 미완(未完)의 청춘을 흑백 화면 속에 되살려낸다.

이야기의 진행 또한 ‘사도’와 많이 닮았다. 후쿠오카 교도소에 수감된 윤동주와 송몽규가 일본 고등형사(김인우)의 심문을 받는 현재와 그들이 낯선 땅의 감옥에 갇히게 되기까지의 과거가 교차 편집돼 병렬 구조로 그려진다.

영화의 타이틀은 ‘동주’이지만, 윤동주의 고종사촌이자 독립운동가인 송몽규의 삶도 꽤 비중 있게 묘사된다. 짧았던 28년의 삶을 대부분 함께했기에 윤동주의 삶에 송몽규가 차지하는 부분은 절대적이다. 영화는 둘의 관계를 경쟁하면서도 의지하는 라이벌로 그렸다. 한마디로 서로에게 거울 같은 존재다. 또렷이 부각되는 두 인물의 상반된 성향은 밋밋할 수도 있는 이야기에 생동감과 극적 긴장을 부여한다. 불나방처럼 항일 투쟁에 몸을 던졌던 송몽규의 저돌적인 모습과, 시(詩)로 시대의 아픔을 그릴 수밖에 없어서 스스로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는 윤동주의 속마음이 대조적이면서도 꽤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송몽규에게 열등감을 느끼며 자신을 더욱 채찍질했던 윤동주의 인간적인 면모를 포착해내는 등 영화는 윤동주의 삶의 여백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풍성하게 채워간다. 시인 윤동주를 만든 일등공신이자 독립운동가인 송몽규를 잊힌 역사의 뒤안길에서 다시 불러냈다는 점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성취다.

강하늘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윤동주의 주옥같은 시들은 정갈한 흑백 화면, 배우들의 혼신의 연기와 어우러지며 가슴 한 켠이 아려올 정도의 먹먹함을 안겨준다. ‘동주’는 가슴으로 봐야 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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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토피아

감독바이런 하워드, 리치 무어목소리 출연 지니퍼 굿윈, 제이슨 베이트먼, J K 시몬스, 샤키라 장르 애니메이션 상영 시간 108분 등급전체 관람가 개봉일2월 17일

줄거리주디(지니퍼 굿윈)는 다양한 동물이 모여 사는 주토피아 최초의 토끼 경찰관이다. 동물들이 연이어 실종되자, 주디는 우연히 만난 사기꾼 여우 닉(제이슨 베이트먼)과 손을 잡고 수사에 나선다.

별점 ★★★☆ 추리극이지만 아주 치밀하진 않다. 그럼에도 즐겁다. 주디와 닉이 자신의 진심과 노력으로 편견을 극복하고, 우정을 쌓는 모습도 흐뭇하다. 문제를 숨기기에 급급하고,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으로 누군가를 쉽게 적으로 삼는 태도야말로 가장 위험하다는 주제 또한 명확하되 교조적이지 않다. 세심하게 디자인된 동물들의 도시 그 자체에 주제의식이 녹아 있다. 디즈니의 빛나는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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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풀

감독 팀 밀러 출연 라이언 레이놀즈, 모레나 바카린, 에드 스크레인 장르 액션, 코미디, SF 상영 시간108분 등급청소년 관람불가 개봉일2월 17일

줄거리 특수 부대 출신의 해결사 웨이드(라이언 레이놀즈)는 암 말기 선고를 받자, 연인 바네사(모레나 바카린)를 힘들게 하지 않기 위해 그의 곁을 떠나 비밀 치료에 참가한다. 그곳에서 그는 자가 치유 능력을 지닌 돌연변이 ‘데드풀’로 다시 태어난다.

별점 ★★★☆ 할리우드 최고의 인기 상품인 수퍼 히어로 영화가 작품마다 다양한 개성으로 중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눈에 보여주는 작품이다. ‘데드풀’에서 수퍼 히어로 영화는 유쾌한 성인 코미디를 뒤집어쓴다. 수퍼 히어로의 정의감을 마음껏 비웃고 틈날 때마다 섹스에 대한 농담을 지껄인다. 때때로 데드풀이 카메라를 쳐다보며 관객에게 말을 거는 파격적 형식까지 무엇 하나 경쾌하지 않은 구석이 없다. 유머 감각만큼은 확실히 데드풀이 아이언맨보다 한 수 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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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란 김나현 고석희 임주리 정현목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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