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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바꿔 땅주인행세해 대출사기

중앙일보

입력

땅 주인과 같은 이름으로 바꾸고 공문서를 위조해 다른 사람의 부동산을 새마을금고에서 수십 억원을 불법 대출한 일당 10여명이 구속됐다.

천안서북경찰서는 23일 지난해 6월 천안시 동남구 신방동 소재 150억원 상당의 A씨(76·천안시 동남구) 땅 9900㎡를 가로채기 위해 이름을 A씨와 같이 바꾼 뒤 특정법인과 공모, 새마을금고에서 37억원을 부당 대출한 21명을 검거해 '총책' 안모(51) 등 12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150억원 상당의 땅이 1984년 7월 이전까지 부동산 등기신청 시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점을 이용해 이름을 바꾼 후 자신 명의로 토지를 둔갑시켜 공모관계인 법인에 매각하는 수법을 썼다. 이 법인은 다시 토지를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피의자 가운데는 조직폭력배는 물론 서울시 산하기관 공무원과 법무사도 각각 1명이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공무원 김모씨는 인감증명서상 매수자 정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해 허위공문서를 작성했고, 법무사 김모씨는 총책 안씨 등을 소개 알선하면서 현금 2000만원을 받았다. 주범 안씨는 새마을금고에서 가로챈 3억6000만원을 빌라 구입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안씨 등이 시가 80억원 상당의 평택 땅을 담보로 금융기관으로부터 11억5000만원을 대출받은 사실을 확인, 추가 범행을 캐고 있다. 경찰은 사기범 일당으로부터 현금 1400만원과 범행에 사용한 대포폰 26대, 각종 위조서류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검거과정에서 대포폰과 통장, 도장 등에 이어 영화에서 볼 듯한 실리콘 지문을 확보하고 사용여부를 추적 중이다.

경찰관계자는 "아직도 부동산등기부등본에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지 않은 토지소유주들이 있다면 사기피해예방을 위해서라도 주민등록번호를 추가 기재해달라"고 당부했다.

천안=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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