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끊어 나라 빚 갚자” 109돌 국채보상운동 뜻 잇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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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907년 1월 민족운동가 서상돈은 담배를 끊어 일본에 진 빚 1300만원을 갚자고 주창했다. 경제 자주권을 되찾자는 취지였다. 그해 2월 21일 정자(亭子)인 대구 북후정(北後亭·현 북성로 오토바이 골목)에서 인쇄소인 광문사의 김광제 사장과 부사장이던 서상돈은 ‘국채 1300만원 보상 취지문’을 시민들 앞에서 낭독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대구문화예술회관서 전시회도

 “나라가 망하면 민족도 따라서 진멸(죽여 없앰)된 것으로…갚으면 나라가 보존되고 갚지 못하면 나라가 망하는 형세…2000만 동포로 하여금 3개월 기한하여 남초(담배)를 피우는 것을 폐지하고 그 대금으로…매달 20전씩 거둔다면 거의 13000만원이 되겠습니다.”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취지문 낭독을 시작으로 국채보상운동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외환위기 때는 ‘금모으기 운동’으로 그 정신이 계승되기도 했다.

 국채보상운동이 올해로 109돌을 맞았다. 대구시는 22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강당에서 ‘제109주년 국채보상운동 기념식’을 열고,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 주도 경제자주권 회복운동을 기념했다.

 권영진 대구시장 등 200여 명은 이날 기념식에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성공을 결의했다. 지난해 5월부터 대구시와 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는 국채보상운동 관련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시민이 참여하는 추진위원회도 꾸렸다. 추진위는 국채보상운동 취지서와 의연금 영수증 등 150여 점을 기록유산 등재 대상으로 정해 문화재청에 신청했다. 유네스코는 내년 7월 최종 등재 여부를 결정한다.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는 23~28일 국채보상운동 기념전시회가 열린다. 국채보상운동 취지문과 기부 영수증, 사진 등이 전시된다. 대구시 중구엔 1999년 조성된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과 2011년 지어진 국채보상운동기념관이 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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