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도 예외없는 진땀 15분…오세훈 “시장 사퇴 반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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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 이한구 위원장(왼쪽)과 황진하 부위원장(오른쪽) 및 위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울 8곳, 인천 4곳, 경기 7곳의 공천신청자 74명에 대한 면접을 실시했다. 서울 종로 지역구 공천을 신청한 정인봉·김막걸리·박진?오세훈 예비후보(뒷줄 왼쪽 첫째부터)가 공천관리위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면접심사는 20대 총선 격전지인 서울 종로를 시작으로 28일까지 열릴 방침이다. [뉴시스]

이게 얼마 만에 달아 보는 명찰인지….”

 21일 오후 5시25분. 20대 총선 후보자 공천 면접 이틀째인 이날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를 찾은 원유철 원내대표가 명찰을 집어 들면서 말했다.

새누리 공천 면접 이틀째

원 원내대표는 왼쪽 가슴에 명찰을 달고 대기실에서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렸다. 면접장 안에선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황진하 사무총장, 김회선 당 클린공천지원단장 등 공천위원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위한 1분 스피치를 하고 출마 이유 등을 묻는 공통 질문 외에도 개별적으로 질문에 답해야 한다.

면접장에서만큼은 당 지도부나 정치 신인이나 같은 입장이었다. 아직 일정은 잡히지 않았지만 김무성 대표도 똑같이 이한구 위원장 앞에서 이런 면접을 치러야 한다.

 새누리당은 이날 서울·경기도 24개 지역에서 95명, 전날 서울·인천·경기도 19개 지역에서 74명의 면접을 마쳤다. 이한구 위원장은 “면접 결과는 경선 대상자를 압축할 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일 면접을 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11년 서울시장직을 중도 사퇴한 이유를 당원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오 전 시장은 무상급식 정책을 주민투표에 부쳤다가 불발로 끝나자 당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을 사퇴했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당선되면서 여권이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오 전 시장은 면접 후 기자들과 만나 “감당할 수 있는 복지가 돼야 한다는 게 소신이지만 그 과정에서 시장직을 걸어 뜻하지 않게 서울시장직이 야당으로 넘어간 것에 대해서는 이미 반성하고 후회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면접 전 대기실에선 종로에서 맞붙은 박진 전 의원이 “동생(오 전 시장)이 치고 들어오니 어떡하겠어요”라고 뼈있는 말을 건네자 오 전 시장이 “형님이 양보까지 해 주면 더 좋은데…”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21일 마포을에서 한 차례 출마했던 김성동 전 의원에겐 “(2012년엔) 떨어졌는데 본인의 장단점이 뭐라고 생각하느냐”, 여성 비례대표인 황인자 의원에겐 “유리천장을 깨겠다고 하는데 그런 사람은 많지 않으냐. 왜 하필 험지(險地)인 서울 마포을에 출마하려는 거냐”고 물었다고 한다.

 양천갑에서 경쟁하는 신의진 의원과 최금락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면접을 기다리며 이런 문답을 나눴다. 신 의원은 여성 10%, 최 전 수석은 신인 10% 가산점을 받는다.

 ▶최 전 수석=“그래도 제가 인지도가 낮아 불리합니다.”

 ▶신 의원=“언론 다 잡고 있지 않습니까.”

 ▶최 전 수석=“(신 의원은) 출제기관과 가깝고, 전 멀리 있습니다.”

 ▶신 의원=“가까워도 단절이 돼 있어요.”

 반면 지역구가 다른 예비후보들은 서로 격려했다.

 ▶강승규 전 의원=“국민의당은 (당사가 마포구에 있으니) 제가 확실히 눌러 주겠습니다.”

 ▶이준석 예비후보=“(안철수) 당 대표는 제가 (유세 다니지 못하게 노원병에) 잘 붙들어 놓고 있겠습니다.”

 현역 의원이 아닌 예비후보들끼리 즉석에서 ‘동맹’을 구축하기도 했다.

 ▶A예비후보=“우리 중 한 명이 결선투표 가게 되면 도와줍시다.”

 ▶B예비후보=“그럽시다. 동의합니다.”

 ▶A예비후보=“C의원이 또 당선되는 건 좀 그렇지요?”

 ▶B예비후보=“중앙선관위에서 이미 (괜찮다고) 유권해석을 받은 걸 가지고도 고소를 하더라고요.”

 부천 소사구에 출마하는 차명진 예비후보는 직접 개발한 쓰레기 수거도구까지 들고 와 “생활정치·봉사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면접 후 한 예비후보는 “솔직히 면접으론 변별력이 별로 없을 것 같다. 공천 신청자가 많아도 면접 시간은 똑같이 15분이니 이한구 위원장이 말한 ‘현미경 심사’가 이뤄질 수 있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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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 위원장은 “(면접을 통해) 보물급에 해당되는 사람들을 몇 명 찾은 것 같다”며 “그분들이 잘되도록 머리를 조금 더 써 볼 생각을 갖고 있다”고 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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