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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전직 대통령 일일이 비판하며 "경제민주화 필요하다"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과 더불어 경제아카데미’에서 열린 강연에서 전직 대통령들을 일일이 비유적으로 거론하며 경제정책의 실패를 비판했다. “지금 단계에서 ‘경제민주화’가 꼭 필요하다. 이를 시행하지 않으면 경제 침체 극복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다.

비판의 대상이 된 건 김영삼(YS) 전 대통령부터다.

그는 “일본이 21세기에는 미국 경제를 능가할 거란 전망을 했지만, 1993년을 계기로 침체에 빠져 25년간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내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를 얘기한 것도 우리도 잘못하면 일본처럼 갈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YS때의 얘기를 꺼냈다.

김 대표는 “1993년 정권이 교체되자마자 대통령된 사람(YS)이 한 생각은 ‘어떤 대통령(박정희ㆍ전두환) 시절에는 연평균 8% 성장했는데 나라고 못하겠나. 나도 8% 성장 목표로 두고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잘문했는데, 관료들이 ‘큰 기업, 재벌군을 제대로 활용해야 빨리 성장한다’는 얘기를 했다”며 “그래서 (YS가) ‘어떻게 하면 경제성장을 하냐’고 하니까 ‘모든 제한을 해제하면 해낸다’고 해서 은행 대출 제한을 풀어버렸다. 마음대로 돈 빌려 마음대로 투자하니 일시적 성장효과 나타났지만 결국 과잉투자가 돼 IMF사태를 겪게 된 것”이라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그 다음 대통령(DJ)은 뭐 했냐면, 그 양반도 경제성장 빨리 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사로잡혀서 재벌을 동원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IMF 거치며 1~2개 재벌이 없어지는 듯 싶었지만 재벌이 더 고착화됐다”고 했다. 그리고는 “결국 양극화 현상이 시작됐다. 양극화가 벌어지니까 중산층 이하 서민층 생활이 어려월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묘하게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대통령이 나왔다”고 표현했다. 김 대표는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그는 “그 대통령(노 전 대통령)에 대해 서민들은 ‘저 사람이 우리를 위한 조치를 취하겠지’라고 하면서 당선시켰는데, 대통령이 되자마자 마음을 바꿔서 ‘나도 높은 성장률을 해야겠다’며 재벌 위주의 경제성장을 하도록 하고 갑작스럽게 ‘좌파 신자유주의’란 세상에 없는 말까지 만들어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덧붙인 말이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가버렸기 때문에 아무 것도 할 능력이 없다’는 식”이었며 “이렇게 경제정책 운용하니까 그 (양극화) 간격이 점점 커지고 메꿔지지 않았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그러고 나니까 경제가 어려운 것처럼 보이니까 어떤 대통령(이명박 전 대통령·MB)이 ‘나는 경제 전문가니까 경제살린다’는 구호로 어마어마한 7ㆍ4ㆍ7 목표를 제시하고 대통령이 됐다”며 “실질적으로 처음부터 불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국민을 현혹했던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우회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최근 우리나라의 큰 재원들이 규제가 많아서 투자를 안 한다고들 얘기를 많이 하지만 (기업들은) 과거 규제가 더 심할 때도 왕렬한 투자를 보여줬다”며 국회에 '경제 관련 법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는 박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판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계속 그 사람들(대기업)을 믿고 거기에 모든 것을 해줘야 경제성장이 될 수 있다는 틀을 바꾸지 않으면 절대 미래가 보장되지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경제민주화 실현을 위한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나는 의회를 잘 믿지 않는다. 여야할 것 없이 로비에 의해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법만 제정해봐야 소용이 없다. 중요한 것은 나라를 이끄는 최고 통치자의 의지가 확고하느냐에 달렸다”고 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대학생 등 청년들에게는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는 쪽에 압력을 행사해야 한다. 선거에서 ‘당신들이 그런 것을 안 하면 표 안 준다’는 위협을 느끼도록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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