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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홍용표 응분의 책임져야"…김종인, 대통령 독대 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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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정에 관한 국회 연설`을 하기에 앞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야 지도부와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6일 오전 여야 지도부와 티타임 19분 가운데 마지막 3분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독대에 할애했다. 김 대표가 자리를 뜨려던 박 대통령을 끌어당기며 “얘기 좀 더 하자”며 만든 자리다.

김 대표는 독대 때 “국민이 납득하도록 개성공단 폐쇄 이유와 불가피성을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고 하자 박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꼭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지켜본 뒤 김 대표의 입장이 달라졌다. "개성공단을 급박하게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사유를 충분하게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다. 정부에 대해서도 강경한 비판론으로 돌아섰다. 앞서 공식 회의석상에서 "개성공단 중단은 단순히 찬반론으로 말할 문제가 아니다""햇볕정책이 지금도 타당한지 진단해봐야 한다"고 했던 그였다.

김 대표는 월간중앙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국회 연설에서) 개성공단에 지불한 현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됐다는 발언은 납득할 수 없다"며 “이는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자금이 핵, 미사일 개발에 쓰이고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용표 통일장관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김 대표는 "더민주의 기존 노선이 있더라도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면 내가 바꿀 것"이라며 "당의 모습이 옛날로 돌아간다면 가차 없이 그만두겠다"는 말도 했다. 총선승리 기준으로 '109석 이상'을 말한 데 대해 "자신없다면 그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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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해선 "야당을 분열시키고도 집권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오산""한국 정치에서 제3당은 실패할 운명" 등의 쓴소리를 이어갔다. 김 대표와 월간중앙 인터뷰는 11일, 15일 4시간에 걸친 두차례 인터뷰와 16일 밤 통화로 이뤄졌다.

아래는 18일 발간되는 월간중앙 인터뷰 주요 내용.

2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어떻게 보았나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를 내릴 때 정부에 대한 즉각적인 비판을 피했다. 대통령은 미국과 유엔 등 다양한 국제 관계 속에서 사태를 들여다보고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국회 연설이 개성공단 가동을 급박하게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사유를 충분하게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개성공단에 지불한 현금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되고 있다’는 대통령 발언은 납득할 수 없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사실상 철회한 발언을 되풀이한 것이다.”
국회 연설이 급박한 조치의 불가피성을 설명하는 데에 미흡했다는 얘긴가
“그렇다. 노동당 지도부에 현금이 들어간 걸 파악한 시점이 언제인지도 불투명하고, 따라서 ‘유엔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따른다. 2013년 유엔안보리 결의안은 핵·미사일 개발 가능성이 있는 금융자산 이동을 금지하고 있지 않나. 한국 정부가 개성공단 자금이 핵·미사일 개발에 쓰인다는 점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정부의 어떤 추가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나
“관련 부처는 대통령 국회연설을 통해 석명하지 못한 ‘급박한 조치의 사유’를 보다 명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홍용표 장관은 주무장관으로서 자신이 한 발언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차제에 통일정책에서 큰 틀의 조정이 필요한 시점 아닌가
“막연한 통일정책은 이제 필요없다. 통일대박? 무엇을 근거로 대박이라 하는지 모르겠다. 기본 전제는 평화통일의 지향이다. 긴장이 풀리고 대화가 이뤄져야 그 길이 열린다. 1차적으로 경제의 통합, 그리고 정치적 통합이다. 그런데 형식논리만 가지고도 안 된다. 내밀한 역사적 순간, 새벽처럼 다가오는 어떤 계기가 있을 거다. 꾸준히 국력을 키워 그런 모멘텀이 왔을 때 통일비용을 지불할 의사와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모멘텀엔 북한 스스로 무너지는 상황도 포함되나
“당연하다. 그 시기와 상황은 누구도 예상 못한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상황, 이건 비정상이다.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민주 대북정책의 근간은 북한과 대화다. 갑자기 바꿀 수는 없지 않나.
“그런데 북이 안 나오는 걸 어떻게 하나. 북은 대화를 지속할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특히 경색됐던 것은 아닐까
“부분적으로는 그런 점도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북한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 그리고 김정일과 김정은 정권은 속성이 다르다. 아들의 행보가 특히 과격하고 위협적이다. 김정일 정권 때와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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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표는 김 대표와 현격히 생각이 다르다
“소위 노선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래서 물었다. 당신들 노선이 뭐냐 그랬더니 아무도 내게 당의 노선이 무언지 얘기하지 않았다. 내가 특별히 바라는 게 뭐가 있나. 수권할 수 있는 건전한 야당이 존재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노선도 바꾸고 정책도 바꿀 것이다. 더민주당의 기존 노선이 있더라도,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내려면 내가 바꿔야 한다.”
북한 문제를 제외하고 총선 담론이 싹 사라졌다
“경제는 단순히 경제로 끝나는 게 아니다. 우리의 안보 능력을 좌우한다. 또 양극화, 격차사회의 해소가 국가안보의 기본이란 측면도 있다. 먼 장래 통일의 시점에서도 역시 경제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총선에서 뜨거운 토론이 필요한 주제는 역시 위기의 늪에 빠진 국민의 살림살이다.”
지난번 대선 때 경제민주화 공약을 내세웠는데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나를 만나기 전부터 조언해주는 그룹이 많이 있었고, 그런 그룹에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된 후 정책을 채택할 것인가에 대해서까지 내가 고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만 내가 얘기하는 뜻이 제대로 실천됐으면, 나라를 위해서나 대통령의 업적을 위해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더민주 역시 김 대표의 힘을 얻어 만약 집권한다면, 그리고 그 공약을 또 버리면 어떻게 할 건가?
“그래서 2012년 대선을 끝으로 다시는 내가 정치권에 있는 사람들하고 관계를 맺지 않을 거라고 다짐한 거다. 그런데 어쩌다 또 이렇게 여기 와 있게 된 것인데, 무슨 팔자인지 모르겠다.”
총선 때까지만이 아니고 더민주가 집권할 때까지 계속 조언할 생각인가
“그건 총선이 끝나봐야 알 일이다. 지금은 잠잠한 듯 보이지만, 총선이 끝나면 이 사람 저 사람 목소리를 내기 시작할 거다. 당의 모습이 옛날로 돌아간다면 가차 없이 그만둬야겠지. 미련을 가질 일은 아니다.”
탈당한 의원을 뺀 109석 정도를 수성하는 것이 승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았다.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
“나와 문재인 전 대표가 같이 책임을 지는 것이다.”
사전에 문재인 전 대표와 당 운영의 큰 그림과 관련해 어떤 합의가 있었나
“나에게 모든 것을 위임한다는 것 외에 어떤 합의도 없었다. 최대한의 의석 확보가 내 사명이다. 그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는다. 바지사장, 아바타 이런 소리에도 전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누구에게 간섭받으며 일하는 스타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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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자신을 버니 샌더스에 비유했지만 샌더스와 달리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었다.
“탈당 1주일 전 안 대표에게 연락이 와서 만났다. 탈당을 만류했다. 총선 후 기회가 올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그는 듣지 않았다. 당에 잔류해서는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탈당과 신당 창당이 그의 대권 전략으로 바람직한 건가
“야당을 분열시키고도 집권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다.”
안철수 신당 같은 제3당, 제3지대가 설 자리는 없나.
“한국 정치사에서 제3당을 해서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대통령 하고 싶은 사람이 한 당에 둘이 있으면 결국은 갈라진다. 1963년 당시의 윤보선과 허정, 1987년의 김영삼과 김대중이 서로 대통령 하겠다고 갈라서 실패했다. 1992년 정주영 회장이 대통령 하겠다고 국민당 만든 것도 결국 실패였다. 한국 정치에서 제3당은 실패할 운명이다.”
호남 정치민심이 착잡하다. 두 개의 야당이 경쟁하면 총선에 불참하는 경향도 강해지지 않을까?
“나는 호남민심이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호남 유권자는 전략적 마인드가 강하다.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정당을 선호한다.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감정이 우호적이지 않았지만 오래 가진 않을 것이다.”
박 대통령의 집권 3년을 어떻게 평가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랐던 내가 비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다만 경제정책에서는 결코 성공했다고 볼 수 없다. 금리를 인하하고, 주택대출 조건을 완화해 아베노믹스를 따라하다가 2% 성장률에 머무르고 말았으니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
경제민주화에 대해 국민들이 떠올리는 첫 이미지는 재벌개혁이다.
“사람들이 경제민주화를 폄하하기 위해 갖다 붙인 말이다. 나는 경제정책을 논할 때 재벌개혁이라는 말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우리가 무슨 힘으로 재벌을 개혁한단 말인가? 합당한 제도를 만들어서 재벌도 그 제도의 틀 안에서 경제활동을 하라는 것이다.”
87년 체제의 종식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대통령 직선제 30년의 수명은 다한 거다. 개헌을 한다면 내각제가 바람직하다. 의회를 지배하는 세력이 정부를 구성하는 제도가 좋다고 본다.”
대구에서 유승민 의원을 둘러싼 진박 논란, 김부겸 전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의 싸움이 볼 만하다.
“유승민 의원을 경선에서 그를 탈락시키겠다는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런 무리수가 과연 한국정치를 위해 바람직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정당에는 반대하는 사람이 있어야 발전한다. 김부겸 전 의원이 대구에서 이기면 정치적 미래가 크게 열린다고 본다.”
총선에서 더민주의 109석을 지킬 자신이 있는가
“자신이 없었다면 그 얘길 하지 않았겠지.”

한기홍 기자 glutto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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