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말도 안 되는 소리"…'사드 유력설' 원주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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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강원 원주시 소초면 의관리 공군 제8전투비행단. 초소 앞에 들어서자 병사 두 명이 “더 이상 출입이 어렵다”며 막았다. 이곳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유력 후보지로 거론된 옛 주한미군주둔지 캠프이글이 위치한 곳이다. 2010년 6월 폐쇄된 뒤 현재 국방부가 관리하고 있다.

마을 입구에서 만난 김경섭(48) 의관1리 이장은 기자가 “사드 배치 유력 후보로 원주가 거론되고 있는 걸 아냐”고 묻자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손사래부터 쳤다. 김 이장은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위험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지역으로 오는 건 안된다”며 “결국 강원도가 사드 폭탄돌리기의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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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시 소초면 의관리에 있는 제8전투비행단. 2010년 6월 폐쇄 된 캠프이글 주둔지가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3㎞ 정도 떨어진 태장 2동으로 옮기자 도로변 철조망 사이로 낡은 미군 건물이 보였다. 이곳은 또 다른 사드 배치 후보지인 캠프롱이 있는 자리다. 캠프이글과 같은 해 폐쇄된 뒤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로 임무가 전환되면서 6년째 공터로 남아있다. 캠프롱 주변에서 낚시가게를 운영 중인 이성원(81)씨는 “우리 마을은 고지대가 아니라 사드를 놓기엔 적합하지 않다”며 “레이더 방사 고각을 올리면 된다고 하던데…. 여길 봐라. 온통 주택가 아니냐. 바로 맞은편엔 1군야전사령부도 건물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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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시 태장동에 위치한 캠프롱. 원주시는 캠프롱 부지를 활용해 2018년까지 문화체육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미 공동실무단이 사드 한반도 배치를 논의 중인 가운데 “원주에 사드 배치가 유력하다”는 소식을 들은 원주시 주민들은 불안해했다. 다른 사드 배치 후보지인 경북 칠곡 왜관 캠프 캐롤과 대구, 경기 평택과 마찬가지로 “지역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여론이 일고 있다.

시민들은 사드의 안정성 문제를 지적했다. 군 당국은 앞서 “사드 레이더 빔을 지표면에서 5도 각도로 세워 쏠 경우 100m 밖부터는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민 김모(50)씨는 “정부가 안전하다고 했지만 일단 배치된 뒤 피해를 보면 어떻게 하냐”며 “캠프롱이 있는 태장2동은 주민 2만5000여 명이 살고 있는 밀집 주거지라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인숙(42ㆍ여ㆍ태장2동)씨는 “강원도가 봉이냐. 캠프롱이 떠난 뒤 공원을 조성하고 이후 상권도 살아날 거라 기대했다”며 “사드가 배치되면 원주 북부권은 더 낙후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캠프롱 부지에 문화체육공원을 조성하려던 원주시도 난처한 입장이다. 시는 이미 국방부에 캠프롱 부지 매입협약대금(665억원)의 78%인 516억원을 납부했다. 오는 6월까지 전액 납부한 뒤 34만㎡ 부지에 2018년까지 공원을 만들 계획이다. 신상운 캠프롱 부지 주민대책위 위원장은 “캠프롱 부지반환을 위해 지난해 12만명 서명운동까지 했는데 걱정된다”며 “사드 배치가 확정되면 반대 운동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주시 태장동과 소초면 등을 지역구로 둔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은 “사드 1개 포대를 놓으려면 최소한 주둔지 반경 1㎞의 여유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적어도 태장동 일대는 적합하지 않다”며 “국가안보 차원에서 사드 배치엔 동의하지만 원주가 최적의 입지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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