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가 가봤습니다] 배터리에 내 이름…친절한 샤오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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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번화가 몽콕에 위치한 샤오미의 공식 서비스센터 내부 모습. 카페형 공간으로 조성된 ‘미 커뮤니티 존(“Mi” Community Zone)’에서 직원들이 편안한 자세로 앉은 소비자들과 상담한다. 젊은 감각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사진 이창균 기자]

지난 주말 홍콩의 ‘젊음의 거리’로 통하는 몽콕. 이 곳에 즐비한 스마트폰 판매점에는 새로운 스마트폰을 구매하거나 성능을 문의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중국 스마트폰 점유율 1위 샤오미…홍콩 서비스센터

홍콩의 유명 전자양판점 ‘포트리스’가 자리 잡은 ‘할리우드플라자’ 빌딩에도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샤오미의 공식 서비스센터가 있는 곳이다.

 샤오미는 지난해 6월 중국 본토 이외의 곳에선 처음으로 이 빌딩 20층에 서비스센터를 만들었다. 홍콩을 전략적 요충지로 여기는 샤오미가 트렌드에 민감한 홍콩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다.

인근 편의점의 직원은 “빌딩까지 가는 길에 별도의 간판이나 로고도 없고, 위치도 20층에 있는데 샤오미 빌딩으로 불리는 명소가 됐다”며 “나도 처음엔 값이 싸서 샤오미를 선택했지만, 이젠 서비스가 마음에 들어서 계속 쓰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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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에서도 요즘 가장 ‘핫’한 기업은 단연 샤오미다. 국내에서 ‘품질이 낮은 중국산 답지 않다’는 의미로 ‘대륙의 실수’라는 영광스런(?) 별명을 얻은 바로 그 회사다. 2010년 설립 이후 급성장해 지난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꿰찼다.

최근 중국에서의 성장이 주춤해지자 샤오미는 홍콩을 비롯해 대만·싱가포르·말레이시아·브라질 등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빌딩 안에 들어서자 1층에서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려서 같이 탄 11명 중 9명이 20층에서 내렸다.

문을 열고 들어간 센터의 첫인상은 평범했다. 입구와 가까운 곳에 상담용 창구가 있고 소비자들이 한국 내 다른 브랜드 센터들에서처럼 번호표를 뽑아 기다리고 있었다. 규모도 크지 않았다. 눈대중으로 60~70평 남짓 돼 보였다. 다만 그 공간을 70여 명의 소비자가 꽉 채웠다.

 그러나 몇가지 특이점이 눈에 띄었다. 누구나 앉아 편히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테이블 여러개가 곳곳에 배치됐다. 고객은 이 테이블에서 센터 직원들로부터 상담을 받곤 한다. 딱딱한 사무실 분위기가 아니라 카페처럼 편안하고 자유로운 느낌이다.

샤오미를 상징하는 ‘미투(MITU)’ 등 캐릭터 인형도 직원들 사진과 함께 벽 쪽에 비치됐다. 샤오미의 각종 기기를 직접 써 볼 수 있는 ‘스마트 디바이스 체험 공간’도 널찍하게 마련했다.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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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안에 있는 레이저 인그레이빙(각인) 기계를 통해 고객들에게 무료로 문구를 각인해주는 서비스.

 즉석에서 레이저로 무료 인그레이빙(각인)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소비자가 샤오미 제품을 제시하면 이름이나 별명, 원하는 문구 등을 영어나 한자로 새길 수 있다. 소비자가 직접 컴퓨터에 글자를 입력하면 되며 길이엔 제한이 없다.

현재 샤오미는 중국 베이징·상하이 등지에서도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이 온라인 애플스토어에서 진행하고 있는 마케팅 방식을 오프라인으로 확장시킨 것이다. 많은 비용, 고급 기술이 들어가지는 않지만 소비자들로선 세심한 서비스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센터 직원에게 묻자 그는 유창한 영어로 “지난해 개소 초기에는 하루 평균 방문객이 수백 명이었는데 지금은 1500~2000명 정도 된다”며 “이 서비스가 방문객을 모으는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사실 샤오미의 제품의 장점은 싼 가격이다. 그러나 단순히 하드웨어를 싸게 판매해 시장점유율과 수익을 올리려는 다른 기업들과 차이점이 있다. ‘미펀(Mi-Fan)’이란 애칭이 붙을 만큼 충성도 높은 고객들에게 샤오미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샤오미 고객센터는 중국 고객센터 서비스 만족도 1위에 단골로 꼽힌다. 샤오미가 매년 4월 팬들과 함께하는 축제인 ‘미펀제’(米粉節)도 빼놓을 수 없다.

 이날 서비스센터에서 보조배터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줄리 웡(25)씨는 “샤오미가 나를 위해 준비한, 작지만 특별한 서비스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웡씨는 센터에서 주는 빨간색 우편봉투 모양의 사은품도 받아갔다.

 샤오미는 고객을 응대하는 직원들에게도 신경을 쓴다. 업계 평균 대비 20~30% 많은 임금을 쥐어주고 있다. 돈을 많이 주는 만큼 더 친절하게, 최선을 다해 고객을 대하라는 주문이다.

 코트라 중국사업단의 이영기 차장은 “샤오미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먼저 인정받았지만, 이후 감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흐름를 읽고 감성 마케팅으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며 “애플 같은 외국 기업은 세부적으로 중국인 특유의 감성을 노리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데, 샤오미가 그 틈을 파고들었다”라고 분석했다.

 샤오미는 오는 2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처음 참가하면서 차기 전략 스마트폰 ‘미5’를 공개한다. 샤오미는 그간 자체 행사에서 신제품을 공개해왔지만 올해 처음으로 국제 전시회에서 신제품을 선보인다. 이젠 제품의 품질과 서비스가 궤도에 올랐다는 자신감으로 읽힌다.

홍콩=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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