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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경만호 대한결핵협회장 “수퍼 결핵 발병률 높은 취약계층 중점 관리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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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결핵환자가 130만 명(1954년)이던 때가 있었다. 이제 그 수는 3만 명으로 줄었다. 전국적인 결핵 퇴치운동 덕분이다. 여기에는 대한결핵협회의 노력이 있다. 민간단체로서 5년마다 결핵 실태 조사를 하고 크리스마스실 모금으로 60여 년간 결핵 퇴치 사업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아직도 매년 2000여 명이 결핵으로 사망한다. 결핵 발생률·유병률·사망률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수퍼 결핵’이라고 불리는 다제내성 결핵과 잠복 결핵이 여전히 문제다. 오랜 기간 결핵협회에서 활동하다 지난 1월 부임한 경만호 회장을 만났다.

결핵 후진국이라는 말이 계속 나온다.
“결핵환자가 예전에 비해 상당히 줄었지만 아직 퇴치되지 않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양상도 바뀌었다. 다제내성 결핵, 노숙인 등 결핵 취약계층, 학교 내 집단 발병 등이다. 그에 맞는 결핵사업을 펼쳐야 할 때다. 협회가 가진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가 결핵 퇴치 사업을 수행하려 한다.”
최근 창원 학생 집단 발병, 산후조리원 집단 감염으로 시끄러웠다.
“우리나라 국민 3명 중 1명이 몸 안에 결핵균이 있는 잠복 결핵환자다. 발생 위험이 큰 편이다. 국민의 면역관리, 결핵 예방을 위한 일상적인 생활수칙 준수가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학생 환자 조기 발견과 역학조사, 접촉자 검진 등 신속한 대응을 통해 추가 환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신생아는 태어나자마자 BCG접종을 하도록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BCG접종이 능사는 아니다. 산후조리원 등 업무 종사자를 대상으로 정기검진을 하고 예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협회가 하고자 하는 결핵 퇴치 사업과 방향은.
“정부의 종합결핵관리계획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정부의 손이 미치지 않는 부분을 챙기려고 한다. 취약계층 결핵 문제가 가장 우선이다. 여전히 어려운 계층에서 결핵 발생이 빈번하고, 이는 생계의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협회는 지난해 ‘하자하자’라는 사업을 시작해 노숙인과 쪽방 거주 결핵환자에게 하루 한 끼 영양식을 제공하고 복약을 돕는 사업을 실시했다. 이처럼 고위험군 환자 대상 사업을 지속적으로 발굴·수행할 계획이다.”
노숙인 등 취약계층 결핵 문제가 심각한데.
“결핵환자는 6개월 이상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무척 힘들다. 무력감, 피부질환, 간기능 이상, 시력저하 등 부작용이 많아서다. 약 복용과 중단을 반복하다 약에 내성이 생긴다. 결핵은 취약계층의 발병률이 높다. 협회는 2011년 노숙인 결핵환자 관리시설인 ‘미소꿈터’를 개소해 2014년까지 126명의 노숙인 결핵환자를 관리하고 이중 90% 이상 완치했다. 하지만 서울시 노숙인 결핵환자 추정치의 1%에 불과하다. ‘하자하자’ 같은 사업을 통해 노숙인 결핵환자 관리 사업의 한계를 보완해 나가고자 한다.”
북한 등 해외 결핵 지원 사업도 하고 있는데.
"현재 북한이탈주민 결핵 지원 및 교육사업을 적극 실시하고 있다. 개성공단 철수 등 남북관계가 어려워지고 있어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지만, 북한 결핵 퇴치를 위해 관계기관과 협력해 나갈 예정이다. 2014년 에티오피아 결핵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현재 몽골 결핵퇴치사업이 한창이다. 그동안의 노하우로 후진국 결핵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려 한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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