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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만능통장 맛난 요리 내가 할까, 맡겨둘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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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만능 재테크 통장’으로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다음달 14일부터 첫 선을 보인다. 투자 판단을 금융사에 위탁하는 일임형 ISA는 창구에 가지 않고 4~6월쯤 온라인을 통해서도 들 수 있다.

내달 14일 출시…활용 어떻게

금융위원회는 14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민 재산을 늘리기 위한 ISA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ISA에 한해 은행에도 투자일임업을 허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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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은 은행이나 증권사 어느 곳에서든 신탁형 ISA 뿐만 아니라 일임형 ISA까지 가입할 수 있다. 애초 금융당국은 은행에는 신탁형 ISA만 취급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신탁형 ISA는 고객의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 금융사가 투자를 하지만, 일임형은 투자 판단을 고객으로부터 위탁받아 금융사가 운용 재량을 최대한 행사할 수 있다.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ISA에 한정해서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해 은행-증권 간 칸막이를 없앴다”며 “이종 업종 간 경쟁과 혁신을 통해 ISA가 국민 재산 증식에 조금이라도 더 기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은행업 감독규정을 다음달 초 개정해 은행 업무에 ‘ISA에 한정된 투자일임업’을 추가하고, 은행의 투자일임업을 일괄 등록해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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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반드시 대면으로만 일임 계약을 하게끔 돼 있는 금융투자업 규정은 늦어도 6월까지 개정해 일임형 ISA에 한해 온라인 가입을 허용한다. 이에 따라 고객이 온라인에서 계좌를 개설한 뒤 온라인에서 투자일임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된다.

이후 금융사는 주기적으로 자산관리 상황(리밸런싱 포함)을 보고해야 하고, 운용 실적에 따라 고객은 온라인에서 해지도 할 수 있다. 일임형과 달리 신탁형 ISA는 창구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이런 차이점에 따라 신탁형 ISA에는 예금·적금과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 원금 보장형 상품이 주로 담길 전망이다.

이와 달리 일임형 ISA에는 높은 수익을 추구하되 일정한 투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펀드와 주가연계증권(ELS) 등 상품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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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사는 일임형 ISA의 경우 투자자 유형을 초저위험-저위험-중위험-고위험-초고위험 5가지로 나눠야 한다. 각 유형별로 두 개 이상(초저위험은 한 개)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준비해야 한다. 맞춤복이 아닌 여러 사이즈의 기성복처럼 금융사가 ISA 가입 고객을 위해 미리 유형화된 포트폴리오를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모델 포트폴리오는 한가지 금융상품의 편입 비중을 30% 이상으로 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상품군을 ▶예금·적금·예탁금·RP ▶펀드·리츠(REITs) ▶파생결합증권(ELS·DLS) 등 세 가지로 구분해 같은 상품군의 비중을 절반 이상 넘길 수 없게 만들었다. 일임형 ISA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품인 예금·적금·예탁금·RP의 비중이 50%를 넘을 수 없다는 의미다.

 김 사무처장은 “ISA의 기본 방향 중 하나인 분산 투자 원칙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 편입 비중 제한을 뒀다”며 “다만 펀드에는 저위험 상품과 고위험 상품이 섞여 있다는 점에서 편입 비중 제한을 따로 두지 않아 이론적으로는 모델 포트폴리오의 전부를 펀드로만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 보호책도 마련했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일임형 ISA에 가입할 때는 5분 정도의 동영상 교육을 꼭 받아야 한다. 금융사는 계약 뒤 3일 이내 고객에게 ISA 가입 관련 내용을 재확인하는 ‘해피콜’ 전화를 걸어야 한다. 고객이 해당 상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 불완전 판매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금융 당국이 은행에 일임형 ISA를 허용함에 따라 탄탄한 고객 네트워크를 갖춘 은행권에서 움직임이 더욱 바빠지게 됐다.

 이미 우리은행은 ISA에 가입하면 최대 연 2.1%의 금리를 제공하는 ‘ISA우대 정기예금’을 이달 초 내놨다. 1년짜리 정기예금으로 가입금액은 개인별 100만~4000만원이 가능하다.

기본 금리는 연 1.6%인데 29일까지 ISA 가입 사전예약을 하면 0.2%포인트, ISA 출시 후 ISA에 100만원 이상 가입하면 0.3%포인트의 금리를 더 준다. ISA 가입 사전예약도 하고, 100만원 이상 가입도 하면 최대 0.5%포인트의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자동차 경품을 내건 ISA 가입예약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15일부터 인터넷뱅킹(www.shinhan.com) 또는 영업점에서 ISA 사전가입안내 동의서를 작성하면 경품 이벤트에 자동으로 응모된다.

상품출시일인 다음달 14일부터 5월 말까지 ISA에 가입한 고객 중에서 추첨을 통해 경품을 증정한다. 경품으로 현대 아반떼 한 대, LG 트롬 스타일러 두 대, LG 로봇청소기 4대, 신세계 모바일 상품권 등을 준다.

지순구 은행연합회 자금시장부장은 “세제 혜택이 있는 ISA 시장에서 은행과 증권사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며 “고객 역시 혼란 없이 투자 선택권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bonger@joongang.co.kr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개인이 직접 구성·운용하는 넓은 개념의 펀드다. 소득에 따라 3년 혹은 5년으로 정해진 의무 가입기간을 채우면 ISA 계좌에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통산해 순수익 200만~250만원까지는 세금을 안 내도 된다. 근로소득자나 사업소득자, 농·어민이라면 소득에 상관없이 가입할 수 있다. 다만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나 근로·사업소득이 없는 사람은 가입할 수 없다.

◆주기적 자산 리밸런싱=금융사가 고객으로부터 일임받은 ISA 재산을 운용할 때 준수해야 하는 사항이다. 매 분기 각 모델 포트폴리오의 수익성과 안전성을 평가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모델 포트폴리오 내 편입 자산을 주기적으로 재조정하는 체계화된 내부 통제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자산운용 전문가와 애널리스트가 참여하는 자산배분결정위원회가 운영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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