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장기실종 아동 타살 가능성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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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함께 가출한 뒤 실종된 아동의 타살 가능성을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경남 고성경찰서와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2009년 서울에서 살던 박모(42·여)씨는 당시 5살과 2살 된 두 딸을 데리고 가출했다. 가정불화와 빚이 이유였다. 하지만 현재 12살된 큰 딸은 실종상태다.

경찰은 박씨의 가출 이후 행적을 집중 추적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가출 뒤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대학 친구(여)의 집에서 동거하며 휴대폰 대리점 등에서 일했다. 박씨 친구는 남편과 별거해 친정 엄마와 살던 중이었다. 두 딸을 친구와 친구의 친정 엄마에게 자주 맡기고 일을 하러 다닌 것이다.

이어 박씨는 2015년부터 둘째 딸과 함께 충남 천안으로 주거지를 옮겨 찜질방 등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며 숙식을 해결했다. 같은 해 찜질방 주인의 소개로 같은 지역에 있는 한 막걸리 공장에서 일하고, 이 공장 기숙사에서 둘째 딸과 생활하기도 했다.

가출 뒤 박씨의 남편은 아내와 두 딸이 연락이 안 된다며 2009년 법원에 강제 이혼신청을 했다. 이혼신청은 이듬해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남편은 2013년 두 딸의 주소지를 본가가 있는 경남 고성군으로 옮겼다.

경찰은 지난달 19일 경남교육청으로부터 장기실종 상태인 박씨의 둘째 딸을 찾아달라는 신고를 받고 수사에 나서 지난달 28일 충남 천안에서 박씨를 검거했다. 하지만 박씨의 큰 딸은 박씨와 함께 살지 않고 2011년쯤 실종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달 31일 교육적 방임과 아동유기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박씨를 구속했다. 박씨가 큰 딸의 가출 또는 실종신고도 하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박씨는 경찰에서 “큰 딸을 종교시설에 맡겼다”, “공원·야산에 버렸다”며 진술을 번복하고 있다.

박씨는 가출 후 두 딸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발견된 둘 째 딸은 한글을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박씨는 “신분이 노출될까봐 작은 딸을 학교에 보내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큰 딸의 행방을 찾기 위해 타살 가능성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박씨와 주변인물 5~6명을 상대로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고성=위성욱 기자 we@joo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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