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김종인 "개성공단 폐쇄는 찬반론의 문제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대북 문제에 대한 야당의 기존 대응과 다른 기조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는 12일 비대위ㆍ선대위 연석회의에서 개성공단 폐쇄 결정과 관련 “단순하게 찬반론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여야 할 것 없이 계속 논의를 해서 무엇이 가장 올바른 길인지 합의점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단 폐쇄가 일시적으로 이뤄졌다고 할지라도 장기적으로는 다시 생산활동에 들어갈 수 있도록 북한도 전향적 자세를 취하길 바란다”며 북측의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는 "개성공단 폐쇄 결정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기존 더민주의 입장과는 다르다. 김 대표측 관계자는 "대북정책 등 안보에 관해서는 김 대표가 분명한 입장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에 “11일 주요 당직자들이 김 대표를 찾아가 12일 회의에서 밝힐 개성공단 폐쇄에 대한 입장과 관련해 ‘더민주에서는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부정해선 안 된다’는 뜻을 전했지만 김 대표가 '내 말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맡기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DJ가 상대했던 김정일은 개성공단을 만들기로 합의할 정도로 타협이 가능한 사람이었지만 현재의 김정은은 다르다. 안보와 관련한 상황이 변화했으면 그 흐름에 맞춰야지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발사하는데도 무조건 평화와 대화만을 주장하면 오히려 국민들이 웃는다”는 취지로 반박했다고 한다.

김 대표는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도 당 생활을 오래한 참모진이 작성한 개성공단에 대한 당의 ‘모범답안’을 살펴본 뒤 “나와 생각이 다르다”며 소신 발언을 했다고 한다. 김 대표측 관계자는 “김 대표가 결국 사전 원고와 달리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한 이유를 먼저 파악한 뒤에 남북간 교류의 마지막 보루인 개성공단을 완전히 닫아서는 안 된다는 우리의 주장을 펴야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을 만나서도 “핵과 미사일 개발은 국제적 상황으로 대한민국 홀로 영향을 미칠 수 없기 때문에 주변 강대국들이 어떤 조치를 갖고 (제재를) 생각하느냐를 배려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긴박하게 조치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폐쇄가 국제공조의 일환으로 취해진 불가피한 조치일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말이다. 그러면서 “폐쇄로 인한 (입주기업의) 충격은 컸겠지만 (폐쇄) 조치를 급작스럽게 취했는지 그 과정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서 무엇을 속시원히 해결해준다고 말씀드릴 수가 없다. 이점 이해 바란다”라고 했다.

당내에서 기존의 대북관을 대표하는 것은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다. 그는 개성공단 폐쇄 결정이 내려지자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연일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북 관계의 발전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고 냉전시대로 돌아가는 무모한 처사다. 정말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부”라고 한데 이어 이날도 “박근혜 정권 최악의 잘못이다. (폐쇄 결정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대북정책에 대한 김 대표의 소신 발언의 배경에 대해 표창원 비대위원은 “김 대표는 회의 때 각 계파간의 갈등의 여지가 있는 내용이 나오면 확고한 대표 본인의 입장부터 먼저 밝히고 시작해 사전에 논란의 소지를 없애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최근 자신의 ‘북한 궤멸’ 발언과 관련해 공보실에서 "기존의 대북관과 다르지 않다"며 표현을 ‘자멸→괴멸→궤멸’로 바꾸는 등 과잉반응을 보인 뒤에도 “궤멸이 무슨 뜻인지 국어사전을 찾아보라”며 자신의 발언을 취소하지 않고 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