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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설연휴 6만명 출근…유일호 "진정한 애국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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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광양제철소 [중앙포토]

설날인 8일 오전 전남 광양의 포스코 광양제철소 1고로(용광로).

은빛 알루미늄 방열복을 입은 작업자 두 명이 시뻘건 쇳물을 용광로에서 쉴새없이 뽑아냈다. 섭씨 1500도가 넘는 뜨거운 쇳물이 나오는 출선구에 선 이들의 뒷모습에선 명절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광양제철소에서 조업을 한 직원들은 800여 명. 전체 직원 6300여 명 중 8분의 1가량이 4조 2교대로 돌아가며 연휴 내내 작업을 했다. 경북의 포항제철소 역시 전체 7개 고로에서 설 연휴기간 조업이 이뤄졌다. 포스코 직원들은 재가동 비용이 많이 드는 철강업의 특성 탓에 용광로를 멈출 수 없어 365일 조업을 해왔다. 지난해 창사 47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한 것도 연휴 기간 직원들의 근로의욕을 달궜다.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 동안에도 산업 현장은 숨가쁘게 돌아갔다. 최근 경영환경이 어려워진 조선·철강업계는 상당수 업체의 직원들이 연휴를 반납하고 조업에 나섰다. 적자에 허덕이는 회사와 고통을 분담하려는 움직임이다. 전자·정보기술(IT)업계에선 쏟아지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휴일을 반납한 곳이 많았다.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는 설 연휴기간에 총 6만여 명이 출근했다. 수주한 선박의 인도가 가까워진 부서를 중심으로 휴일 내내 조업에 매달렸다. 연휴가 시작된 지난 6일 2만4000여 명이 출근한 데 이어 7일 2000여 명, 9일 2000여 명, 10일 2만여 명이 근무했다. 설날인 8일에도 400여 명이 연휴를 반납한 채 선박 건조시설인 도크를 지켰다. 이 회사 권오갑 사장도 공장에 나와 연휴에 출근한 직원들을 격려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작업량이 많은 부서 위주로 특근 희망자를 받았는데 지난해 1조5000억원 적자의 위기감 탓인지 일을 하겠다는 직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거제도 조선소에서도 조업이 계속됐다. 대우조선 거제옥포조선소는 10일 2만2500여 명의 근로자가 출근했다. 지난 6일에는 2만2500여 명, 7일 1만4000여 명, 9일 1만4000여 명이 조업에 참여했다. 설날 당일에도 필수 인력은 회사에 나와 일을 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올 상반기로 예정된 해양플랜트 생산설비의 인도 기일을 맞추기 위해 휴가를 반납한 직원이 특히 많았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지난 6일 전체 4만여 명의 직원 중 1만5000여 명이 출근했다. 이후 7~9일에는 전체 직원의 10% 정도씩이 조업에 나섰다. 10일에도 1500명이 넘는 직원이 출근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위기 극복을 위해선 '납기일을 맞춰 고객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의식이 널리 퍼지면서 연휴 때 출근한 직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전자· IT업계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연휴에도 밤샘 조업이 이뤄졌다. 반도체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화성·기흥사업장은 설 연휴에도 24시간 정상 가동됐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의 경우 생산라인이 멈추면 만들고 있던 과정의 상품을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산공정의 특성상 365일 라인을 운영해야하기 때문에 직원 1만여 명이 4조 3교대로 일했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파주·구미 공장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아산·탕정공장도 설 연휴 내내 생산 라인을 가동했다.

연휴 때가 더 바쁜 중소기업들도 상당수다. 인천남동공단에 있는 세일전자는 설 당일인 8일만 빼고 직원 150여 명이 모두 출근했다. 제품의 수출·납기 일정을 맞추기 위해 2교대로 24시간 근무했다. 휴대전화 부품 등을 만드는 이 업체는 꾸준한 기술개발로 매출액이 2003년 205억원에서 2013년 1819억원으로 9배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5억6000만원에서 82억8000만원으로 뛰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세일전자를 찾아 "수출 일선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는 근로자들이 진정한 우리 경제의 기둥이자 애국자"라고 말했다.

최경호·김윤호·최모란·유명한 기자 famo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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