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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세, 수퍼보울에서 흑인 인권 외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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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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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보울 하프타임 공연에서 흑인 문제를 다룬 신곡 ‘포메이션’을 열창하는 비욘세. [AP=뉴시스]

미국의 팝스타 비욘세가 8일(한국 시각) 미국프로풋볼(NFL) 결승전인 ‘수퍼보울’ 하프타임 공연에서 흑인 인권문제를 다룬 신곡을 불러 눈길을 끌었다.

중간 공연 때 신곡 ‘포메이션’ 불러
전날 발표한 뮤직비디오로 더 화제
경찰 총격으로 숨진 흑인 소년 연상

비욘세가 이날 부른 노래는 ‘포메이션(Formation)’. ‘나는 아프로(곱슬머리)인 딸의 머리카락을 좋아하지. 나는 잭슨5의 콧구멍 같은 내 코를 좋아하지’ 등의 흑인 문제를 다룬 가사를 담고 있다.

또 비욘세의 댄서들은 1960∼70년대에 게릴라 활동을 펼친 흑인인권단체 ‘흑표당’을 연상시키는 검은색 의상과 베레모를 착용했다. 댄서들이 경기장에서 엑스(X)자 대형으로 선 것을 두고는 흑인 인권운동가인 말콤 엑스(Malcolm X)에게 바치는 헌사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 노래는 전날 발표된 뮤직비디오 때문에 더 화제가 됐다. 비욘세는 뮤직비디오에서 물에 반쯤 잠긴 뉴올리언즈 경찰차 위에 올라서며 등장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차는 물에 완전히 잠기고 만다.

이 장면을 두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비욘세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당시 흑인 거주지역에 대한 경찰의 안이한 대처를 지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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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메이션’ 뮤직비디오에서 흑인 소년이 줄지어 선 경찰들 앞에서 양손을 들고 있다. [사진 유튜브 캡처]

이어지는 장면에선 한 흑인 소년이 방호복을 입은 여러 명의 경찰관 앞에서 춤을 추다 갑자기 두 손을 들고 멈춘다. 소년 뒤로는 ‘Stop Shooting Us(우리를 쏘지 말라)’라는 낙서가 쓰여 있다. 이 장면은 흑인을 상대로 한 백인 경찰의 과도한 진압과 총격 등을 문제 삼은 것이란 풀이가 나온다.

앞서 비욘세는 3년 전 수퍼보울 공연에서도 ‘페미니스트’라고 쓰인 배경 표지판을 공연 중에 보여준 바 있다.

이날 공연 직후 미국 CBS 방송은 “올해 수퍼보울의 진정한 주인공은 본 밀러(MVP 선수)가 아니라 비욘세였다”며 “수퍼보울 하프타임 공연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반면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은 폭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비욘세의 공연은) 튀어 보이려는 무리의 끔찍한 무대였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들을 보호하는 경찰을 공격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이은 기자 lee.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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