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행차에 레드카펫 4km …이집트 과잉의전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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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자신의 차량 행렬을 위해 4km에 이르는 레드 카펫을 깔았다가 국민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레드카펫은 6일 카이로 외곽의 '10월 6일 시(市)'에서 열린 행사에서 깔렸다. 지역의 도시개발 발표를 위해 마련된 행사는 현지 방송사를 통해 보도됐으며, 이 영상을 통해 레드카펫의 존재가 알려졌다. 보도 영상 속엔 도시 이곳저곳을 방문한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의 동선을 따라 약 4km의 레드카펫이 깔려 있다.

‘과잉의전’은 전국민의 공분을 사며 주요 일간지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SNS에선 조롱의 대상이 됐다. 이집트의 일간지 알 마깔은 “레드카펫 4km를 깔면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할 수 있냐”고 꼬집었다. TV 토크쇼 진행자인 유세프 호세이니도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레드카펫을 까는 데 필요한 돈을 아껴서 겨울에 떨고 있는 빈곤층에게 담요를 사주는 것이 더 낫다”며 “대통령의 차량까지 레드카펫 위를 달려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집트는 국민의 4분의 1이상이 빈곤선 이하 극빈층일 정도로 심각한 빈곤 문제를 겪고 있다.

이집트 야당 ANF의 아미르 엘사디 대변인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집트 군부와 재벌이 대통령에게 아첨하기 위해 거대한 레드카펫을 깔았다”며 “국민의 세금을 짓밟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집트 군부는 “카펫은 비싸지 않은 것이고 3년 전부터 사용해 온 것”이라고 해명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사진=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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