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간 4차 산업혁명 쓰나미에 빠진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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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5호 1 면

“한국 로봇산업에는 제대로 된 헤드쿼터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대로는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에 휩쓸려 빠져 죽을 것이다.”


국내 최초의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휴보의 아버지, KAIST 오준호(기계공학과) 교수가 한국의 로봇산업 정책을 정면 비판했다. 오 교수는 지난달 20일부터 나흘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 휴보와 함께 초대됐다. KAIST에서는 오 교수 외에도 강성모 총장과 이상엽(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등 6명이 주최 측 초대로 참석했다. 휴보는 다보스포럼 메인 행사장 로비 한가운데 전시·시연돼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2500여 명의 정부·기업·학계 지도자들의 화제가 됐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와 블룸버그 등 외신들도 다보스 행사장의 휴보를 사진과 함께 대서특필했다. 2016년 다보스포럼이 로봇과 인공지능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에 주목하면서 그 상징으로 휴보를 초대한 덕분이었다. 휴보는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모나에서 열린 ‘DARPA 로보틱스 챌린지’(DRC) 결선에서 미국·일본 등의 첨단 로봇들을 물리치고 1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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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교수는 4일 중앙SUNDAY와 한 인터뷰에서 한국 로봇산업 정책은 단기·상업적 성과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에 원천·기초기술을 개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한국의 로봇산업은 상대적으로 퇴보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을 담당하던 과학기술부가 없어지고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가 로봇산업 정책을 맡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산업부는 상업화가 가능한 3~5년의 응용기술 개발 지원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강성모 총장은 다음달부터 KAIST의 교수 평가 방식을 논문 실적 없이도 신규 임용과 승진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친화형 교원평가제를 도입해 실용연구와 산업계 현장 중심 교원의 진입·성장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르면 기존에는 교수 평가 기준을 교육과 연구, 봉사(교내봉사·대외활동·평가자)를 30 대 40대 30으로 나눴지만 올 상반기부터는 교육·연구·봉사를 각각 30 대 10 대 20으로 조정하고 나머지 40%는 교육과 연구·산학 중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했다. 신규 교원은 올 상반기부터, 기존 교원은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부터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2017년도 학부 신입생 선발에서 수능 정시의 우수자 전형과 학생부로 판단하는 수시 일반전형을 축소하고, 소프트웨어 전문가 등 특정분야의 뛰어난 학생을 뽑기 위한 특기자전형을 신설한다. 특기자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에게는 교과과정을 일반 학생과 달리해 수학·영어 등의 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더라도 학점을 이수하는 데 문제가 없도록 할 방침이다. KAIST는 이 밖에도 저소득 계층 등을 위한 고른기회전형과 외국인전형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강 총장은 “4차 산업혁명으로 급변하는 세상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선 대학이 창의적이며 도전정신이 있는 인재들을 길러낼 수 있도록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 평가의 전면 개편과 2017년도 신입생 선발 방식의 변화는 KAIST가 이런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준호 기자?choi.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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