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애 낳으면 480만원…넷플릭스는 1년 유급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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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기업들이 ‘부모 되기 좋은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스포티파이, 난임 2400만원 지원
IBM, 엄마 출장 땐 모유 배송해줘
출산휴가 늘린 구글, 퇴사 절반으로
“일·육아 양립이 결국 회사에 도움”

직원들의 출산·육아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도입해 우수한 인력의 이탈을 막고 일과 육아의 양립을 돕는 게 궁극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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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선정한 복지가 우수한 미국 기업 10곳 중에는 아기를 낳으면 현금을 주는 기업도 있다.

15억여 명의 사용자를 거느린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 페이스북에는 ‘베이비 캐시(baby cash)’라는 제도가 있다. 아이를 낳은 직원에게 아기 한 명당 4000달러(480만원)를 주는 제도다. 부모 모두에게 4개월의 유급 출산휴가도 주어진다.

페이스북 법인 커뮤니케이션 매니저인 애덤 이서리스는 “유급 육아휴직을 통해 첫딸이 성장하는 마법 같은 순간을 함께했다”고 말했다.

미국 부동산 업체 질로는 자녀를 얻은 부모 직원에게 아이 1명당 1000달러(약 120만원) 상당의 기프트카드(상품권)를 준다. 이 카드는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에서 사용할 수 있다. 질로는 모유를 먹이는 엄마 직원들이 출장지에서도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도록 비용을 댄다.

IBM도 모유 수유를 하는 여직원이 출장을 가면 출장지에서 집까지 모유를 배송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직원이 모바일 앱을 통해 유축기 등을 호텔에 예약하면 호텔에서는 유축기·보냉팩 등을 준비해 주고 모유를 집까지 배송해 준다.

세계 최대 음악 스트리밍 업체인 스포티파이는 난자 냉동 비용과 난임치료 비용을 지급한다. 난자 냉동 비용으로 1인당 지원되는 금액은 2만 달러(약 2400만원) 수준이다. 스포티파이는 부모가 된 남녀 직원 모두에게 6개월간 유급휴가를 준다. 휴가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면 한 달간은 탄력근무제로 일한다. 아이를 돌봐야 하는 부모를 배려한 조치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업체 넷플릭스는 남녀 직원이 신생아 출산 또는 입양 시 최대 1년까지 유급휴가를 준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자녀를 얻은 직원에게 여성은 20주(출산·육아), 남성은 12주의 유급휴가를 준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아웃도어 의류회사인 파타고니아는 출장 시 영·유아 자녀를 데려갈 경우 동반 비용을 회사가 부담하며 9세 자녀까지는 유치원이나 학교를 마치면 회사 내에 설치된 보육센터로 데려와 부모가 퇴근할 때 함께 귀가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해 충분한 휴가를 주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PDF 파일을 만든 기업 어도비는 12월 중에서 1주일, 여름 기간 중 1주일은 회사 전체가 문을 닫는다. 열심히 일한 직원들이 쉬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5년에 한 번씩 한 달간의 안식기간을 주는 회사도 있다. 입사 후 5년 된 직원에게 4주간의 ‘창의역량 추구’ 휴가를 제공한 에픽 시스템즈가 그 예다.

기업들이 출산장려 정책에 앞장서는 이유는 수익성과 인재 확보를 위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07년 구글이 유급 출산휴가 기간을 늘린 이후 아기를 낳은 여성 직원이 퇴사하는 경우가 절반으로 줄었다”며 “인재들의 이직을 줄이는 게 구글의 수익에 훨씬 유리하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이 나서는 또 하나의 이유는 국가 시스템의 미비다. 미국은 1993년 제정된 가족의료휴가법(FMLA)에서 12주 무급 출산휴가만을 인정한다.

한국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출산휴가 90일 중 60일이 유급이며 나머지 30일은 고용보험에서 지급된다. 육아휴직은 남녀 모두 이용 가능하지만 남성의 경우 사용률이 5.57%에 불과하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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