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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기열·지카바이러스, 백신·치료제 없어 모기기피제 필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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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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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이민준(26·서울 구로구)씨는 이번 설 연휴를 말레이시아에서 보내기로 했다. 통상 큰집에서 가족끼리 모여 설을 지냈지만 올해는 석 달 전 안식년을 맞아 쿠알라룸푸르로 떠난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 형 내외와 함께 비행기표를 끊었다. 5일 출국해 11일까지 말레이시아 곳곳을 돌아다니며 가족여행을 할 계획이다.

[건강한 목요일] 설 연휴 해외여행 “모기 조심”

하지만 이씨는 최근 소두증(小頭症)을 유발할 수 있는 지카 바이러스 감염 뉴스를 접한 뒤 불안해졌다. 이씨는 “형수가 임신부는 아니라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지만 말라리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유행한다는 다른 감염병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설 연휴(6~10일) 뒤에 이틀 연차를 붙여 최장 9일을 쉴 수 있는 황금 연휴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씨처럼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많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최근 9000가구를 대상으로 설 연휴 교통 수요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예상 출국자 수는 지난해보다 18% 늘어난 63만4000명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지난 2일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해 ‘국제 공중보건 위기 상황’을 선포하면서 여행객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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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카 바이러스뿐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이 많이 찾는 베트남·태국·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유행하는 뎅기열과 말라리아 등 모기를 매개로 한 각종 감염병에 대한 우려도 늘고 있다.

보건 당국은 해외여행을 앞두고 있다면 미리 해당 지역의 질병 정보를 찾아보고 대비하는 게 좋다고 권고한다.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풍토병으로는 베트남·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필리핀 등에서 유행하는 뎅기열을 꼽을 수 있다. 뎅기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집트숲모기나 흰줄숲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급성 열성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1억 명 이상 감염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도 매년 100~200건의 해외 유입 사례가 신고되고 있다.

국내에도 흰줄숲모기가 서식하고 있지만 아직 발병 사례는 없다. 지난달엔 대구에서 스리랑카로 해외 봉사활동을 다녀온 6명이 집단 발병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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뎅기열에 걸리면 갑작스러운 고열과 두통·근육통·관절통·발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드물게는 출혈과 호흡곤란 등 합병증을 일으키며 심하면 사망에 이른다.

송영구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뎅기열은 치료제도, 백신도 없어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라며 “예전에 걸렸던 환자는 재차 감염될 경우 증상이 더 심할 수 있는 만큼 위험 지역 방문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한 치료법은 없지만 감염됐을 경우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있는 진통제를 사용하면 효과가 있다. 아스피린 등 출혈 위험을 증가시키는 약제는 피하는 게 좋다.

얼룩날개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도 빼놓을 수 없다. 동남아시아나 아프리카 지역에서 연중 창궐하고 국내에서도 매년 500여 명의 환자가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중국얼룩날개모기가 옮기는 삼일열 말라리아에, 해외에서는 열대열 말라리아에 주로 걸린다.

초기에는 서서히 열이 나고 권태감이 드는 게 주된 증상이다. 오한과 발열·해열이 반복되고 중증 환자의 경우 황달·신부전·간부전·쇼크와 의식장애 등으로 옮겨간다.

말라리아는 예방약이 있기 때문에 적기에 의사의 진단을 받아 복용하면 90~95% 치료가 가능하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무엇보다 빠른 치료가 중요하다”며 “열대열 말라리아는 치료 시기를 놓치면 절반 이상 사망하는 만큼 의심 증상이 있으면 곧바로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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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는 여행지의 감염 위험도와 내성 말라리아 발생 여부에 따라 예방약의 종류와 복용 기간이 달라진다. 여행 1∼2주 전 또는 하루 전 복용하기 시작해 여행 기간은 물론 위험 지역을 벗어난 뒤에도 1주에서 최대 4주간 더 복용해야 한다.

치쿤구니야열과 웨스트나일열 등도 해외에서 모기를 매개로 감염될 수 있는 질환이다.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치쿤구니야열은 2013년 국내에서 처음 확인됐다. 급성 발열과 두통·근육통·발진·관절통 등이 주요 증상이다. 백신이나 특별한 치료제는 없지만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치료를 하면 대부분 회복되며 사망률은 극히 낮다.

웨스트나일열은 아프리카·중동·유럽 등에서 유행하다 미국·캐나다·멕시코 등 북미 지역으로 확산됐다. 2012년 아프리카 기니에 거주하다 입국한 환자에게서 처음 확인됐다. 대부분 독감과 비슷한 증상으로 시작해 발열·두통·무력감·근육통과 피부 발진 등으로 발전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이 같은 풍토병을 예방하기 위해 여행 전 해외여행질병정보센터(travelinfo.cdc.go.kr)에서 해당 지역의 감염병 정보를 미리 확인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여행 중에는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긴 옷을 입고 모기 기피제를 사용하는 등 예방이 최선이다.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현지 병원을 찾아 즉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귀국 후 설사나 고열 등 의심 증세가 나타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방문 지역을 알리고 진단을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도 날씨가 따뜻해지는 5월부터 모기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9월까지 말라리아나 일본뇌염이 유행하곤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장은 “우리나라도 점차 아열대 기후로 바뀌고 있는 만큼 모기를 매개로 하는 질병에 대해 보다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방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수연 기자, 김준승(동국대 신방4) 인턴기자 ppangshu@joongang.co.kr

법정 감염병=국가가 법으로 정해 감시·관리하는 질병. 1군은 집단 발병 우려가 높아 즉각적인 방역 대책이 필요한 감염병이다. 2군은 국가 예방접종사업 대상 감염병, 3군은 간헐적으로 유행할 수 있는 감염병, 4군은 신종 감염병이나 국내 유입이 우려되는 해외 유행 감염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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