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화, 강간으로 낳은 사생아”라는 책, 정부 우수도서로 선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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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문화체육관광부가 매년 선정하는 ‘우수 교양도서(역사부문)’ 가운데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발전상을 부정하고 북한을 긍정적으로 기술한 책이 일부 포함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파 성향 단체, 345권 모니터링
“한국 정통성 부정하는 책도 포함”

우파 성향의 시민운동단체인 ‘청년지식인포럼 스토리K’(대표 박승완, 이하 스토리K)는 2일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6년부터 2015년까지 문체부가 역사부문 우수 교양도서로 선정한 도서 345권을 대상으로 실시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스토리K 측은 345권 가운데 한국 근·현대사와 역사의식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서적 128권을 먼저 분류했고, 그중에서 24권이 우리 근·현대사에 대한 편향된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토리K 측이 밝힌 편향성 모니터링 기준은 ▶대한민국 정통성·발전상 부정 ▶북한 긍정 기술 ▶시장경제 원리 부정 ▶마르크스·레닌주의 긍정 기술 ▶반미(反美)주의적 관점 ▶6·25전쟁 왜곡 등이다.

스토리K 측은 편향의 한 사례로 2011년 선정된 『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의 295쪽을 구체적으로 들면서 “한국의 근대화를 ‘강간으로 낳은 사생아’로 기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인 역사학자 김기협(65·전 계명대 교수)씨는 “출생 과정에 좀 어두운 문제가 게재돼 있다 하더라도 아이는 낳아서 잘 키워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입장에서 서술했다”며 “대한민국 근대화에 부정적인 면이 있더라도 극단적으로 부정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 그 문장의 취지”라고 반박했다.

스토리K 측은 또 다른 사례로 2013년 선정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탄생』의 204쪽에서 “임시 인민위원장에 선출된 김일성은 서둘러 ‘민주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어요. 가장 서둘러 추진한 일로 친일 민족 반역자 처단, 전면적인 토지개혁 등을 내세웠어요”라고 기술한 부분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이 책의 저자인 역사교사 김육훈(55·전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씨는 “북한 입장을 일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쪽에서 ‘민주개혁’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홑따옴표로 표기했다. 북한을 찬양할 일도 없고 의도도 없었다”고 반박하며 “학술서를 좌우 논쟁에 무리하게 끌어들이면 학문 발전에 심각한 저해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스토리K 측은 문체부 우수 교양도서 추천과 선정 과정의 투명성 문제도 제기했다.

이번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한 스토리K의 객원연구위원 오주한(35·전 대한기자협회 편집부장)씨는 “모니터링 결과 편향된 일부 내용을 담은 도서가 불투명한 추천 과정을 거쳐 공신력 있는 정부부처에 의해 우수교양도서로 선정돼 마치 ‘훌륭한 도서’인 것처럼 국민들에게 널리 읽혀지고 있는 점이 큰 문제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체부 김일환 미디어국 출판과장은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표현은 2013년 이전에 선정된 서적에서 나온 것이다. 2013년 이후엔 역사 우수교양도서의 주무기관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 전환됐고, 선정위원이나 선정 방식이 다단계 크로스 체크 스타일로 바뀌어 전문성과 공정성이 향상됐다”고 말했다.

배영대 문화선임기자, 최민우 기자 balanc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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