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전성시대…'집 짓기' 보다 '집 관리' 기업이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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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월세 전성시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5년 전국 주택 임대차 시장 거래량 147만여건 중 월세는 44.2%의 비중을 차지했다.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통계청은 내년부터 월세의 소비자물가 품목별 가중치를 높일 예정이다. 현재 품목별 가중치에서 전세(6.2%)가 월세(3.08%)보다 낮은 걸 바꾸겠단 뜻이다. 저금리 상황이 길어지며 집주인은 목돈인 전세보증금을 얻기 보다 매달 안정적으로 월세 현금을 받는 걸 선호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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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바뀐 트렌드에 빠르게 적응한다. 월세가 대세가 된 상황에 적응하는 주식은 살아남을 것이다. 윤창민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월세중심의 임대주책 시장이 확대되는 건 불가피한 흐름”이라며 “1990년대 중반부터 우리나라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 신규주택 건설 보단 임대·건물관리에 나선 기업이 뜰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은 90년대 중반부터 초고령화 시대로 진입했고, 1인 가구도 늘었다. 이로 인해 임대주택의 수요가 빠르게 늘었다. 이로 인해 주택 건설사보다 기업형 임대관리사업에 나선 종합부동산 업체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미쓰이부동산이 대표적이다. 건물 시공과 분양에 집중하던 이 회사는 임대 및 중개, 공실 관리 등 ‘임대·자산관리’ 부문 매출을 전체의 50% 이상으로 끌어올리면서 2002년 1조1524억엔이었던 매출이 2014년 1조5153억엔으로 31.49%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시공과 분양사업만 고집해온 가지마건설은 2조 603억엔에서 1조5211억엔으로 26.17%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2002년 미쓰이부동산이 8.9%에서 2014년 11.4%로 늘었고, 가지마건설은 같은 기간 2.1%에서 1.5%로 감소했다.

윤 연구원은 “일본의 사례를 보면 국내 기업들도 체질 개선을 하느냐에 따라 성장세가 차별화를 보일 것”이라며 “분양 이후에도 임대관리, 주거생활 지원, 유통, 리모델링 등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수익모델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집을 지어 팔기보다는 지어진 주택을 잘 관리하는 기업이 더 잘 성장할 것이란 진단이다.

윤 연구원은 건물 관리 및 주택임대 관리업체 에스원, 건물 및 시설관리 서비스업체 아이서비스를 자회사로 둔 현대산업개발, 시설관리용역 전문업체 C&S자산관리를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꼽았다. 건설사도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업형 임대주택인 ‘뉴스테이’에 참여하는 기업들이다. 윤 연구원은 “대림산업·대우건설·GS건설 등의 건설주, 한샘·KCC·LG하우시스 등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관련 기업도 주목할 만 하다”고 강조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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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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