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건물 찾아다니며 누드사진 찍어온 美작가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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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공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온 미국의 젊은 사진작가 브라이언 카텔(33). 그가 '벌거벗은 미국(BARE USA)'란 이름으로 1년 넘게 진행해온 사진 작업이 공개됐다.

카텔은 2014년 6월 플로리다를 시작으로 지난해 11월까지 미국 50개 주를 돌며 버려진 공장이나 교회·병원·교도소·군사기지·공항·학교 등을 배경으로 여성의 누드 사진을 찍어왔다. 그의 사진 속엔 폐허가 된 공간의 앙상한 철제 골조와 벌거벗은 여성이 어색하지 않게 배치돼 있다. 이질적인 듯 보이는 두 피사체가 흑백 톤으로 어우러지며 오묘한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카텔은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아름다움은 낡아 빠진 폐허 속에서도 빛을 발한다”며 “자발적으로 낯선 장소에서 촬영한 모델들은 매우 용기있는 여성”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카텔과의 일문일답.

왜 이런 작업을 했나
“새로운 것을 하고 싶었다. 버러진 공간 혹은 부패한 장소에 그와는 대조적인 여성의 아름다움을 배치해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다. 사진에 아이러니(모순)을 넣는 거다. 사실 이런 개념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첫 촬영을 했다. 나는 전에 누드 모델로 활동한 적이 있는데, 그게 여성 모델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촬영을 하면서 창의적인 것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 사진을 공개하면서 사람들이 내 작업과 그 결과물(사진)에 관심을 가진다는 걸 알게 됐다.”
'벌거벗은 미국(BARE USA)'이란 프로젝트는 계속 되는 건가
“첫 촬영 후 자신감이 생겨서 미 전역의 50개 주를 쉬지 않고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지난해 프로젝트가 일단락됐다. 우선 사람들의 반응을 좀 보고 싶다. 다만 자신의 몸을 드러내고 찍고 싶어 하는 용기있고 강한 여성을 사진 속에 담을 생각이긴 하다.”
기억에 남는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미국 북부 몬타나의 오래된 병원에서 촬영을 할 때다. 분명히 아무도 없었는데 병원의 침대와 휠체어의 바퀴가 삐걱대고 움직이더라. 촬영을 중단하고 2시간 동안 벌벌 떨었던 기억이 있다. 소리는 복도를 뒤덮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너무도 강렬한 기운이었다. 공간이 살아있다는 느낌, 혼자가 아니라는 기분이 드는 순간이었다.”

그는 이 작업을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2만 달러(약 2500만원)을 모금했다. 카텔은 자신의 작품은 홈페이지(www.bare-usa.com)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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