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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 공작기계 매각, MBK와 재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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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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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 사업 부문 매각과 관련해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1일 공시했다.

인수자금 차질 SC PE는 자격 박탈
1조1800억 써낸 MBK에 우선권
방산업체 지분 처분도 전방위 타진

MBK파트너스는 당초 후순위 협상자였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12월 23일 공작기계 사업 부문 매각 본입찰 결과 1조3600억원을 제시한 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SC PE)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MBK파트너스는 SC PE보다 낮은 가격인 1조1800억원을 써내 차순위 협상자로 밀렸다.

하지만 돌발 변수가 생겼다. SC PE가 인수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본계약 체결 시점이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국 두산은 지난달 29일 SC PE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박탈했다. 대신 후순위였던 MBK파트너스와 협상을 진행키로 결정했다. “1800억원을 덜 받더라도 꼭 팔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MBK는 자금력이 든든한 만큼 SC PE와 달리 향후 공작기계 사업장 실사와 자산평가 등 절차를 거쳐 이르면 4~5월 쯤 매각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매각 대금을 대출을 갚는 데 우선 사용해 재무구조부터 개선할 계획이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순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5조2888억원이다. 이자만 연간 30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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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은 이번 매각을 통해 순차입금은 4조원 아래로, 이자 비용은 2000억원대로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지난해 상반기 280%에 달했던 부채비율도 이번 매각을 완료하면 100%대 초반까지 떨어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두산인프라코어 관계자는 “연 5~6%대 고금리에 차입한 자금을 상환하면 재무구조가 한결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은 공작기계 사업 매각 외에도 두산DST·KAI 지분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전방위로 뛰고 있다. ㈜두산의 자회사인 DIP홀딩스는 방위산업 전문업체 두산DST 매각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15일 진행한 예비입찰에 한화·LIG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 6개사가 참여했다. 업계는 매각 가격을 5000억~8000억원으로 추정한다.

앞서 ㈜두산은 지난달 11일 DIP홀딩스가 보유한 KAI 지분 4.99%(총 487만3754주)을 전량 매각했다. 주당 매각액은 6만2500원, 매각가는 3046억원이다. 두 회사 매각 대금도 재무구조 개선에 쓸 예정이다.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도 시장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2월 1일까지 두산인프라코어 주가는 종가 기준 7120원에서 4045원으로 43% 급락했다. 같은 기간 두산중공업·두산건설·두산엔진도 30%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두산도 30% 가까이 떨어졌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의 그룹 내 시가총액 비중은 16%에 불과하다. 하지만 매출·순부채 비중은 각각 40%와 43%에 이른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재무상태와 수익 창출력이 그룹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두산인프라코어(옛 대우종합기계)는 거침없는 인수합병(M&A)을 통해 ‘위기의 승부사’로 떠오른 두산이 소비재 위주에서 중공업 그룹으로 탈바꿈하는 신호탄이었다.

2005년 매물로 나온 회사 지분 51%를 두산이 당시 시가의 두 배가 넘는 1조9000억원을 주고 사들였다. 그 때 과감한 ‘베팅’은 중국 건설 시장 침체 여파를 맞으면서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3분기 212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지난해 3분기 부채비율도 227%에 달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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