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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국·최성국 "신인왕, 나야 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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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루키 정조국(19·안양 LG)과 최성국(20·울산 현대)의 K-리그 신인왕 다툼이 점입가경이다.

20세 이하 청소년대표팀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두 선수는 올해 나란히 프로리그에 뛰어들었고, 평생 한번뿐인 신인왕 타이틀을 내줄 수 없다는 각오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맞대결에서 두 선수는 약속이나 한 듯 한골씩을 터뜨려 신인왕 구도를 2파전으로 압축시켰다.

현재 기록으로는 정조국(8골)이 최성국(6골)보다 약간 유리한 입장이다. 대신고를 졸업하고 올해 안양에 입단한 정조국은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팀 주득점원으로 자리를 굳혔다.

안양 조광래 감독은 초반 득점포가 터지지 않아 애태우던 정조국에게 5월 4일 부천전에서 페널티킥을 차도록 해 첫 골을 신고토록 배려했다. 안양의 페널티킥 득점(3골)은 모두 정조국이 기록한 것이다. 구단의 '스타 만들기' 의도가 확실히 엿보인다.

정조국은 시즌 초반 프로 수비수들의 '족쇄'에 걸려 애를 먹었다. 청소년 수준에서는 먹혔던 슈팅 타이밍과 돌파력이 프로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조국은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면서 '반박자 더 빠른' 타이밍으로 상대 수비를 피해나가는 요령을 터득했다. 스스로도 "이제 프로의 속도에 적응한 것 같다. 20골 정도를 넣으면 신인왕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라며 여유를 보였다.

최성국도 개막전에서 데뷔골을 넣으며 힘차게 출발했지만 이후 한동안 골맛을 보지 못해 애를 태웠다.

원인은 '나 잘난 플레이'에 있었다. 최성국의 드리블 실력은 훈련 파트너로 들어갔던 월드컵 대표팀에서도 알아줄 정도였다. 송종국은 "선배 선수들은 망신당할까봐 성국이가 볼을 잡으면 뺏으러 가길 꺼려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잔재미에 맛을 들인 최성국은 불필요하게 볼을 끌어 경기 흐름을 끊어놓거나 좋은 기회를 놓치기 일쑤였다.

그러나 최근 '남 잘 되게 하는 게 내가 잘되는 길'이라는 주위의 충고를 받아들여 욕심을 버렸다. 동료 이천수·도도 등과의 호흡이 좋아졌고 골도 쑥쑥 넣게 됐다.

최성국은 경고 누적으로 2일 경기에 결장했고, 팀 리더인 유상철도 일본으로 떠나 정조국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성국은 "K-리그 44경기 중 아직 절반도 마치지 않았다"며 여유만만하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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