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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또 뚫렸다…베트남인 도착 2시간여 만에 도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천공항을 통해 외국인 환승객이 또 밀입국했다. 지난 21일 30대 중국인 부부가 이 공항을 통해 밀입국한 지 8일 만이다.

국가의 주요 관문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는 비판을 당국이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항 보안구역(CIQ) 관리는 인천공항공사와 국가정보원이 책임지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측이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이날 오전 베트남 하노이공항에서 출발한 베트남 남성 A(25)씨는 인천공항에 도착한지 2시간 19분만인 오전 7시24분에 입국심사대를 통과했다.

그는 오전 10시10분에 일본 나리타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여객기를 기다렸어야 했다. 하지만 환승구역에서 2시간 여 머무른 뒤 입국심사대 중에서 출입국관리소 직원들이 지키지 않는 공항 2층 무인 자동 출입국심사대로 향했다. 심사대의 문은 여권 정보와 지문, 얼굴 사진을 등록한 사람들이 여권을 스캔 기계에 대면 지문과 얼굴을 컴퓨터가 인식해 자동으로 열린다.

A씨는 인적이 드문 자동심사대 한 곳으로 가서 힘으로 자동 출입국심사대의 문을 양쪽으로 벌렸다. 공항 관계자는 “자동 개폐 시스템이라 강한 힘을 주면 벌어진다"고 말했다. 다른 공항 관계자는 “자동출입국심사대 주변에는 보안요원들도 주위에 잘 배치되지 않은 것까지 파악한 걸 보면 누군가로부터 정보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재 인천공항에는 72대의 자동 출입국심사대가 설치돼 있다. A씨는 심사대 통과 후 세관 지역을 아무런 제지 없이 통과하고 공항을 떠났다. 공항공사 측은 대부분의 환승객은 면세점이 있는 3층 출국장 쪽으로 이동한 데 반해 A씨는 2층 입국장에 머무른 점으로 미뤄 사전에 밀입국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천공항에는 약 2000대(내부 1500대, 외부 500대)의 CCTV가 있다. 하지만 A씨의 밀입국은 그가 탑승이 예정돼 있던 항공기에 타지 않았다는 사실이 신고된 뒤에야 확인됐다.

지난 21일 환승객으로 가장해 밀입국한 30대 중국인 부부 역시 보안이 취약한 틈을 타 밀입국했다. 출국심사장 문의 잠금장치까지 수부고 입국했다. 그때도 CCTV나 보안 요원은 무용지물이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용객이 늘어난만큼 보안 인력과 기준도 강화돼야 한다. 밀입국을 하려는 사람들은 공항의 구조나 업무 방식에 대해 나름의 지식을 갖출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 보안요원 교육과 감시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오후 4시30분쯤 인천국제공항경찰대에 “인천공항 1층 C입국장 근처 남자 화장실에 폭발물로 의심되는 물건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 특공대와 폭발물처리반이 출동해 이를 수거했다. 가로ㆍ세로 30cm 크기의 종이 상자의 바깥 쪽에 부탄가스통 두 개와 액체가 든 생수통 한 개가 테이프로 붙어 있는 형태의 물체였다.

상자 안은 비어 있었다. 경찰은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이를 화장실에 가져다 놓은 것으로 보고 CCTV 등을 통해 관련자를 추적하고 있다. 생수통 속 액체의 성분도 조사 중이다.

함종선 서복현 최모란 기자 js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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