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웨이 산책] 화제의 팝페라 '라보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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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푸치니의 오페라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라보엠'(사진)이 예정보다 일찍 7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이 작품은 영화 '물랭 루즈'를 감독한 호주 출신의 영화감독 바즈 루어만이 연출을 맡아 개막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또 한국의 제작사가 브로드웨이에 투자한 첫 작품이라 관심은 더욱 컸다. 하지만 화려한 출발과 달리 투자금의 4분의 1만 회수한 채 막을 내리게 됐다.

'라보엠'은 뛰어난 작품이지만 브로드웨이에서 수익을 낼 수 있을지는 불투명했다. 일단 브로드웨이 역사를 살펴볼 때 오페라가 롱런한 경우는 드물다. 이미 뉴욕에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와 뉴욕 시립오페라단이 시즌마다 초호화 캐스트로 수십편의 오페라를 공연하고 있다. 기존의 오페라 팬은 여기에만 쫓아다니기도 바쁘다.

'라보엠'이 열리는 극장의 2천석을 매일 채우려면 오페라 애호가 이외의 다른 관객들도 불러모아야 한다. 그런데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이 작품이 개막한 지난 겨울은 기존 오페라 시즌과 겹치는 데다 설상가상으로 수십년 만에 찾아온 뉴욕의 혹한으로 관광객이 줄어드는 등 악재를 맞았다. 비록 뉴욕 시내에 거주하는 젊은 예술 애호가들은 참신한 무대에 환호했지만 정작 전통적인 관객층인 근교의 중년층은 생각만큼 움직여주지 않았다.

개막 초기 비평가들의 찬사와 더불어 흥행이 호조를 보였지만 초기 제작비와는 별도로 매주 오페라 가수 50명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를 포함한 엄청난 프로덕션 운영비가 계속 발목을 잡았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토니상 리바이벌 부문도 올 봄에 혜성처럼 등장한 뮤지컬 '나인'에 밀려 트로피를 놓쳤다. 화려한 디자인으로 조명과 무대미술 부문을 수상했지만, 토니상 수상식이 끝난 후 남은 것은 폐막 공고였다.

이처럼 작품성과 수익성이 항상 비례하지는 않는다. 철저히 상업적인 쇼의 각축장인 브로드웨이에서는 아무리 웅장하게 잘 만든 오페라라고 해도 솜사탕 같은 뮤지컬만큼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제로 '라보엠'에서 스토리 구조만 가져와 현대적인 뮤지컬로 각색한 '렌트'는 8년째 장기 흥행 중이다.

하지만 푸치니에게 안녕을 고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 작품은 LA와 런던을 비롯해 투어 공연을 한다. 그곳에 이 작품의 진가를 알아줄 더 많은 관객이 있을지도 모르니.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 (www.nylo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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