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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실험에 대한 한·미·일 행보는?…독자 제재 가속화하나

중앙일보

입력

미국과 일본은 독자 대북제제의 고삐를 더욱 당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반응이 이미 예상됐던 만큼 독자적으로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직접 당사자인 한국의 입장은 조금 복잡하다. 한국 외교부는 27일 원론적 입장만 내놓으며 말을 아꼈다.

미국은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비롯한 독자제재 방안에 속도를 붙일 전망이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정부·기업·금융기관 등을 제재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을 말한다.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중국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중국 정부는 이 같은 독자제제 방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왔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유엔 대북제제에는 북·중 교역도 포함된다”고 못박았다.

현재 미국 상·하원에는 4개의 대북 제재 강화법안이 계류 중이다. 4개 법안 중에는 세컨더리 보이콧은 물론, 2008년 10월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등 6자회담 합의 이행에 맞춰 해제된 북한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조항도 담겨 있다. 일각에선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계좌 동결처럼 해외계좌를 무력화해 북한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틀어막는 방안도 검토된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국제제재를 위해선 상임이사국인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단 점에서 미국이 독자제재와 중국설득의 강온책을 병행할 가능성이 높다. 케리 장관이 이날 “미국과 중국이 강력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의 필요성에 합의했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일본 정부도 강력한 독자제재에 나설 방침이다. 27일엔 일본 정부가 독자제재 방안으로 북한의 금융자산 동결대상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는 산케이 신문 보도도 나왔다. 당초 일본 정부는 2014년 7월 해제했던 대북 제재 조치를 원상 회복하는 방안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럴 경우 북한 국적자의 입국 금지, 조총련 간부의 일본 재입국 금지, 북한 선박의 입항 금지가 다시 실시된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추가로 방북자 가운데 일본 재입국 금지 대상을 핵·미사일 기술자까지 넓히고 금융자산 동결 대상도 확대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일본에서의 기술·자금 유출을 막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다. 일본 정부는 현재 유엔 안보리의 제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인물이나 자금에 대한 선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중이 대북제재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한국 외교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중국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한 한·미간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곧 케리 장관과 통화해 회담 결과와 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할 계획이다.

한·미 외교 수장 간 통화는 북한 4차 핵실험 다음날인 7일과 지난 24일에 이어 이달에만 세 번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대북 제재 결의안에 ‘강력하고 포괄적’ 제재를 담는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북한 4차 핵실험 국면에서 ‘한·미 vs 중’ 구도가 굳어지면서 한·중 관계 악화 가능성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 반응은 겉으로 드러난 것만으로는 예단할 수 없다”며 “한·중 관계의 손상은 중국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도쿄=오영환 특파원, 서울=이동현·전수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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