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여행사 알리트립, 한국과 손 잡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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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관광객 유커(遊客)는 598만명. 중국에서 해외로 나간 전체 유커(1억 2000만명)의 5%도 안 되지만 이들은 국내 내수 경기를 들었다 놨다하는 최고 손님이 된 지 오래다.

하나투어와 전략적 제휴 MOU
온라인에 한국여행 상품 올려
중국인 고객이 직접 구매 가능

이런 ‘유커 효과’의 막후에는 중국 3대 정보기술(IT)기업인 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3개 기업 앞 약자를 따 BAT)가 있다. BAT는 중국 내부에서 치열한 경쟁으로 온라인여행 시장을 키웠다. 최근엔 중국인들의 해외 여행 수요에 맞춰 해외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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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엔 알리바바의 자회사인 알리트립(Alitrip)이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하나투어와 전략적 제휴 양해각서(MOU)를 맺고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국내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는 온라인 여행상품 중개 플랫폼인 알리트립의 한국 여행 페이지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었다.

유커들은 이 스토어에서 하나투어가 제공하는 한국 관광 상품과 명소 등 정보를 확인하고 여행상품을 살 수 있다. 이달말 인사동에 문 여는 하나투어 면세점 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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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약식 참석차 방한한 두안동동(段冬東·사진) 알리트립 전략적제휴 사업총괄(부사장)은 “알리트립은 ‘알리바바 생태계’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 중국인을 위한 여행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목표”라며 “알리트립은 개방된 플랫폼이라 한국 내 다른 여행기업들과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소개했다.

이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신라면세점도 알리트립에 입점해 있다. 알리트립은 앞서 지난해엔 일본 소프트뱅크가 새로 만든 OTA 자회사를 비롯해 미국·싱가포르 여행사와도 손을 잡았다.

 중국의 온라인여행(Online Travel Agency·OTA) 시장은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중국 OTA 시장은 지난해 2분기 처음으로 1000억 위안(18조23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엔 총 3500억 위안(64조원)을 넘어섰고 내년엔 5000억위안(9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BAT 3개 기업들의 각축전도 치열하다. ‘중국의 구글’ 바이두는 보유 중이던 업계 2위 OTA기업 취날의 지분을 업계 1위 씨트립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난해 10월 씨트립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씨트립은 현재 서울에도 사무실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는 2014년 9월 미국 뉴욕증시 상장 직후부터 온라인 여행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쇼핑몰 타오바오의 여행상품 코너를 알리트립이란 회사로 독립시켰다.

두안 부사장은 “알리바바 그룹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파트너인 여행기업과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며 “알리바바 쇼핑몰에서 기저귀를 구매한 사람이 몇년 뒤 디즈니·여행캐리어 같은 단어를 검색하면 가족여행 상품 정보를 보내주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알리트립에서 여행상품을 산 중국인은 1억 명으로, 이들이 구매한 상품 중 50%(매출 기준) 이상은 해외여행이었다.

특히 알리바바의 간편결제수단인 알리페이는 회원 수가 8억명이 넘는다. 이들의 소비·금융·신용 정보를 알리바바는 여행 사업에서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IT기업인 BAT가 중국 여행시장까지 장악하면서 이들이 국내 관광서비스 산업에 미칠 영향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두안 부사장은 “파트너 기업을 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인터넷과 데이터, 중국시장에 투자할 준비가 돼 있는 기업인지 여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한국은 중국어 안내판·음식메뉴나 자유여행 유커를 위한 대중교통편, 알리페이 지불시스템 등 유커를 위한 서비스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특히 두안 부사장은 일본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한국이 유커를 면세점의 주요 고객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부분에서도 일본은 아주 치밀하게 유커의 수요를 파악한다”며 “지난해 중국 관광객들이 일본 면세점에서 밥솥과 비데를 싹쓸이해간 데는 일본 측의 수준 높은 서비스와 면밀한 수요 분석이 비결이었다”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park.sury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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