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입시] 영재교육 전문가 2인이 말하는 수학 교육 "시각 교재로 호기심 자극, 질문·토론으로 흥미 유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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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이 와이즈만 영재교육 분당센터에서 실험기구를 활용해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사진 와이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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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중요성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대입에서도 수학 성적은 당락을 가르는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 전 자녀에게 선행학습을 시키는 부모가 적지 않다.

이스라엘 영재교육기관
놀이·게임 같은 수업
수학적 감각·직관력 키워

하지만 수학을 좋아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 어떻게 해야 수학에 재미를 느끼고 꾸준히 실력을 쌓을 수 있을까.

수학·과학 통합사고력과 융합교육 전문 교육기관인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이미경 소장과 이스라엘 영재교육기관 엑설런트 교육센터(ICEE)의 즈비 샬렘(Zvi Shalem) 연구원과 함께 대안을 찾아봤다.

초등 4학년이 수학의 첫 ‘고비’라고 말하는 학부모와 학생이 적지 않다.
이미경(이하 이)=초등학교 때부터 단기간에 많은 양의 개념과 원리를 습득하는 방식으로 수학 학습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학습의 기초가 되는 개념과 원리를 명확하게 알지 못한 채 오로지 정답 찾기에 초점을 맞춰 수학을 공부한 학생들은 고학년이 되면 쉽게 어려움을 느끼고 좌절한다.
잘못된 수학 공부 방법이 문제인가.
이=기계적인 문제풀이만으로는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향상시키기 어렵다. 창의적 문제해결력은 여러 영역의 개념과 원리를 자유자재로 활용해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을 말한다. 이는 대입은 물론 영재학교·과학고 등의 입시에서 중점을 두고 평가하는 항목이다. 어렸을 때부터 창의성·논리력·융합적 사고력을 종합적으로 키우는 방식으로 수학을 배워야 흥미를 가지고 꾸준히 실력을 쌓아나갈 수 있다.

즈비 샬렘(이하 즈비)=수학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복잡해지고 심화되는 학문이다. 학생의 내적 동기가 활발해야 수학 학습을 꾸준히 파고 들어갈 수 있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과 토론, 시각적인 교재를 통해 수학의 재미를 맛봐야 적극적으로 수학 학습에 몰입하게 된다.

이스라엘 영재교육기관에선 학생들이 어떤 방식으로 수학을 배우나.
즈비=학생이 수학 수업이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로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는 수업 환경을 만든다. 문제풀이 위주로 진행되는 수업은 없다. 교사들은 토론뿐 아니라 놀이·게임 같은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에게 동기를 부여한다. 특히 어린 학생에겐 수학적 감각과 직관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한다. ‘I-See-Math’라는 프로그램을 예로 들 수 있다. 수학의 시각적 탐구를 통해 직관적이고 논리적인 사고의 발달을 돕는다.
‘I-See-Math’는 어떤 프로그램인가.
즈비=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현지 초등학교의 수학 수업을 예로 들겠다. 먼저 교사는 학생에게 학습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다양한 문제 상황을 제시하고 관련 개념에 대한 배경 지식을 설명한다. 그런 다음 시각적 자료를 활용해 학생들이 개념과 원리를 눈으로 자유롭게 탐색하도록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친구 2~3명과 함께 질문하고 토론하며 해법을 찾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고민한다. 토론할 때 자신의 풀이 방법을 논리 정연하게 설명한다. 수업은 학생이 직접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푸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는 개념 응용력과 사고의 확장을 촉진하는 좋은 경험이 된다.

수학에서 시각적 탐구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즈비=수학의 개념과 원리는 매우 추상적이다. 이를 시각적으로 익히고 체험하면 추상적인 개념이라도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다. 개념에 대한 이해가 탄탄하면 문제를 접했을 때 즉각적으로 해결 방법을 떠올릴 수 있는 직관적 사고가 발달하게 된다. 직관적 사고는 논리적 사고를 자극하고 나아가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강화해 수준 높은 학습을 가능하게 한다. 이런 과정은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인지 발달 단계상 초등학생들은 일상적인 소재나 교구를 이용한 구체적인 조작 활동을 통해 배웠을 때 더 효과적으로 수학 개념과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처음부터 연역적 추론 과정이나 증명을 통해 형식화된 수학을 배운다면 얼마 못 가 흥미를 잃기 쉽다. 따라서 초등 수학 수업은 경험이나 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수학적 사실을 즉각적으로 인식하고 이해하도록 진행돼야 한다. 수학의 기초 개념과 원리를 처음 습득하는 초등학생들이 시각화 능력을 통해 수학적 감각과 직관적 사고를 개발하는 과정을 거치면 고등 수학을 배울 때도 어렵지 않게 문제 해결 방법에 접근할 수 있다.

시각화 능력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나.
이=수학에서 시각화 능력이란 수학적 개념을 눈으로 인식할 수 있는 시각 자료를 만들고 활용하는 능력이다. 수학적 용어나 숫자, 문자가 아닌 기하학적 모형이나 그림·그래프 등으로 수학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수학을 시각적으로 접근해 풀이하면 추상적 개념이 보다 명확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교구나 동영상을 활용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일선 교육 현장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방식이 동영상 시청이다. 하지만 이는 흥미 유발에 국한되거나 일방적인 지식 전달에 그치는 수준이 대부분이다. 교구도 수학 학습에 좋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다양한 영역의 개념과 원리를 연결하는 사고능력을 끌어올리기엔 한계가 있다.

이스라엘의 ‘I-See-Math’ 프로그램은 학생들이 시각적으로 개념과 원리를 익히고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스스로 적극적으로 사고하며 공부한다는 게 큰 차별점이다. 와이즈만 코리아(와이즈만 영재교육)도 3월부터 직영센터를 통해 국내 교육환경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이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혜진 객원기자 parang39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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