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과없는 산골 단양에 어둠 밝히는 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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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과 없는 오지마을에서 어둠을 밝히는 의사가 있다. 그 주인공은 가톨릭대 의과대학 의료협력본부 김영훈(51) 교수다. [사진제공 단양군 보건소]

안과 병원이 없는 오지마을에 어둠을 밝히는 의사가 있어 화제다. 치료비도 받지 않고 봉사활동을 한다. 주인공은 가톨릭대 의과대학 의료협력본부 김영훈(51) 교수.

김영훈 교수는 지난해 4월부터 충북 단양군보건소를 찾아 무료로 안과진료 봉사를 하고 있다. 인구 3만여 명의 단양군은 충북의 대표적인 의료 취약지다. 산부인과와 안과 진료 병·의원이 한 곳도 없다.

이 때문에 백내장·녹내장 같은 안과질환 치료를 위해 버스를 타고 1시간이나 걸리는 인근 제천시나 강원도 원주까지 가서 원정치료를 받았다.

김 교수는 “6년 전부터 한국실명예방재단에서 개안수술 지원활동을 해왔다”며 “이 재단을 통해 단양군에 안과 진료시설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의료봉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매달 둘째 주 목요일과 넷째 주 목요일 두 차례 단양을 방문한다. 환자가 많을 땐 한 달에 세 번으로 늘어난다. “우리 지역에도 눈병을 치료하는 의사 선생님이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예약 환자가 하루 80여 명을 넘기도 한다.

진료가 있는 날 김 교수는 서울에서 오전 6시30분 단양행 기차에 오른다. 보건소에 도착하는 오전 9시부터 밥 먹을 틈도 없이 환자를 돌본다. 환자가 100명이 넘으면 오후 늦게까지 진료와 차트정리를 하고 돌아간다.

지난 10개월간 김 교수가 진료한 주민들은 1800여 명에 달한다. 단양보건소는 김 교수와 상의해 세극등현미경·안압검사기·안저카메카·시력측정기·사시검사기 등 진료에 필요한 장비도 마련했다. 초기에 발견한 백내장이나 안구건조증은 간단한 시술과 함께 약을 지어준다. 더 정밀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대형병원으로 연결시켜 준다.

김 교수는 실명재단의 몽골·필리핀 해외봉사에도 참여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안과 진료병원이 없는 지역이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며 “평생 안과진료를 처음 받는 환자에, 초기 치료만으로도 완치 할 수 있는 안구 질환을 끙끙 앓고 있는 어르신들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어르신들은 김 교수에 대한 답례로 주머니에 든 사탕이나 담금 술, 부채 등을 선물한다. 초등학생들에겐 따로 날을 정해 시력검사도 해 준다.

김 교수는 “일반 안경전문점에서 하는 시력검사만으로는가성근시와 같은 눈 기능 이상을 잡아내기 어려워 정밀 측정을 해주고 있다”며 “조만간 단양의 여덟살 여학생을 가톨릭의대로 초청해 사시치료 수술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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