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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1000표차 이긴 지역구에 안철수도 후보 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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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수도권 지역 출마를 준비하던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들은 최근 머리가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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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서대문을에는 더민주 소속 예비후보만 5명이다. 지난 총선 때 출마했던 김영호 서대문을 위원장, 박원순 서울시장의 측근인 권오중 전 서울시 정무수석비서관, 16~18대 의원을 지낸 이강래 전 의원 등이다.

‘1여다야’ 구도가 빚은 풍경
김한길 광진갑엔 더민주 전혜숙
이재오 지역 은평을 나선 임종석
“야권표 분열되면 정말 힘들어져”

당내 경선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인데 올 초 안철수 의원이 추진 중인 국민의당이라는 암초도 만났다. 아직 국민의당 후보 윤곽은 떠오르지 않고 있지만 안 의원은 “전 지역에 후보를 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권 전 수석비서관은 “여당 의원이 현역인 지역에서 야권이 분열하면 필패 구도”라며 “국민의당 후보가 누가 나올지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을 돌며 국민의당 쪽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데 후보가 나올 경우 연대를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정면 승부는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서울시 내 48개 선거구 중 18곳에서 이미 더민주 후보와 국민의당 후보가 나란히 뛰고 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의 지역구인 은평을엔 더민주에서 박원순 시장의 측근인 임종석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강병원 전 노무현 대통령 청와대 행정관이, 국민의당에서는 고연호 전 더민주 은평을 지역위원장이 나섰다.

고 예비후보는 2004년 옛 열린우리당에 입당한 뒤 은평구청장·19대 총선 등에 도전했다. 은평을은 2012년 19대 총선 때 이재오 의원과 통합진보당 천호선 후보가 맞붙었다. 당시 표 차가 1459표밖에 나지 않을 정도로 격전지였다.

군소정당인 ‘정통민주당’의 이문용 후보(2692표)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천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 나왔던 지역이다.

 수도권 표 분산이 치명적인 건 새누리당도 마찬가지다. 18대 총선 때 전병헌 통합민주당(더민주 전신) 후보는 3만8014표를 얻어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권기균 후보(3만6891표)를 꺾었다. 당시 친박연대로 나온 손상윤 후보(6593표)가 표를 갈랐기 때문이다.

 임 전 부시장은 “수도권에서는 1000표, 2000표 차이로 갈리는 경우가 부지기수인데 여당 하나, 야당 여럿 구도로는 너무 힘들다”며 “아직 국민의당 후보가 많이 나오지 않았는데 출마가 본격화되고 선거를 완주하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야기한 180석이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 또한 이런 구도를 감당해야 할 상황이다. 그가 당선됐던 2013년 4월 보궐선거에서 민주통합당(더민주 전신)은 2012년 대선 당시 후보 단일화 파트너였던 안 의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후보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엔 더민주 이동학 전 혁신위원이 도전장을 냈다. 이 지역 전직 의원인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까지 나서면 새누리당 이준석 전 혁신위원장과 ‘1여3야’ 구도가 될 수 있다.

 국민의당에선 “안 의원을 겨냥해 표적 출마를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더민주에선 안 의원 ‘저격수’를 자임하려는 인사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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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명을 원한 더민주 예비후보는 “안 그래도 박빙으로 승패가 갈리는 수도권 선거에서 야권 표가 분열되면 정말 힘들다”며 “어차피 질 바에는 나라도 노원병에 가서 안철수 의원을 떨어뜨리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에서도 표적 출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당에 24일 입당한 곽선우 전 성남 FC 대표는 더민주 이석현 의원의 지역구인 안양 동안갑에 출마를 선언하며 “반드시 (정치를) 그만하시도록 하는 게 1차적 목표”라고 했다.

 두 야당의 연대 모색은 쉽지 않은 상태다.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국민의당과도 크게 통합 또는 연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안 의원은 더민주와의 연대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안효성·위문희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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